고소인 1만5000명, 변호사 6000명…독일 최대 소액주주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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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럽 최대의 통신업체인 독일의 도이체 텔레콤(DT)이 사상 최대 규모의 소액주주 소송에 휘말렸다.

1만5000여명의 DT 소액주주들이 증자 과정에서 회사 측이 자산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1억유로(약 1400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공판이 시작됐다고 BBC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1999년과 2000년 사이 DT가 130억유로의 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자산 가치를 부풀려 결과적으로 주가가 86%나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국영기업이었던 DT는 96년 처음 상장한 뒤 99년과 2000년 각각 신주를 공모하면서 단계적 민영화 절차를 밟아왔다. 공모 가격은 처음엔 주당 14.32유로에서 출발했으나 2차 공모가는 39.50유로로, 3차 공모가는 66.50유로로 뛰었다. DT 주식은 공모과정에서 연금생활자나 소액 봉급자 등 총 300만명의 독일인이 소유해 '국민주'로 불리기도 했다. DT 주가는 정보기술(IT) 붐과 증시 활황에 힘입어 한때 103.90유로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폭락을 거듭해 23일 현재 15.74유로까지 떨어졌다.

주가 폭락으로 허탈해진 소액주주들은 DT의 허위 또는 불성실 공시 때문에 주가가 폭락했다며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독일에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도가 없기 때문에 약 1만5000여명이 6000여명의 변호사를 동원해 2100건의 소송을 개별적으로 제기해야 했다. 고소인을 등록하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 소장과 관련자료가 함부르크 지법의 창고 두 곳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DT가 반론을 위해 제출한 자료도 8t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재판이 끝나려면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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