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펀드매니저 고액연봉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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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하버드대 기금을 관리하는 펀드매니저들의 엄청난 연봉을 놓고 대학 안팎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보너스를 합친 연봉이 270억원대로 총장 연봉보다 50배나 많다 보니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대는 세계 최고의 대학일 뿐 아니라 최고의 부자 대학이기도 하다. 각종 기부금을 관리하는 '하버드 매니지먼트 컴퍼니(HMC)'의 현재 운영자산은 226억달러(약 25조원)에 달한다. 다른 대학들이 외부에 기금 운영을 맡기는 것과 달리 하버드대는 HMC를 통해 기금의 절반 정도(나머지는 외부 위탁)를 손수 굴리고 있다.

하버드대는 23일 지난 6월 말로 끝난 HMC의 2004 회계연도에 펀드매니저들이 받은 보수를 공개했다. 국내 채권 담당인 데이비드 미텔만과 해외 채권 전문인 모리스 사무엘스의 보수가 각각 2540만달러와 2530만달러였다.

270억원대의 연봉인데, 그나마 지난해보다 100억원 이상 줄어들어 이 금액이다.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의 연봉은 53만달러 수준이다.

상위 6명의 펀드매니저 연봉 합계는 7840만달러로 이 역시 전년의 1억750만달러보다 줄었다. HMC의 올해 투자수익률은 21.1%로 다른 대형 기금과 비교하면 상위권에 속한다.

펀드매니저들의 연봉이 전년보다 약 30% 줄었지만 대학 안팎에서는 여전히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스턴 글로브지는 전했다. 이 대학의 1969년도 졸업생들은 지난주 서머스 총장에게 항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펀드매니저들에게 줄 보너스로 수업료를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 HMC의 잭 메이어 대표는 "이들은 업계 최고로 그 정도의 보수를 받을 만큼 좋은 실적을 올렸다"고 펀드메니저를 두둔했다. 그 자신도 펀드매니저로 연봉이 전년보다 30만달러 늘어난 720만달러에 달했다.

메이어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지급한 보수는 기금을 외부에 맡겨 같은 수익을 냈을 경우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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