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외소식 알리기 신문·방송 앞다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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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련된 축구기술로 세계 축구계를 경탄시킨 축구명수 마라도나."

지난 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뜬금없이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를 관심있게 소개했다.

외부정보에 닫혀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해외상식을 제공한 것이었다. 북한은 올들어 자본주의 사회의 산물로 비난해 온 노벨상과 기네스북 등도 주민들에게 소개했다.

최근 북한의 신문.방송들은 '세계화' 경향을 비판하면서도 경제ㆍ과학기술ㆍ문화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주민에게 제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노동신문 등이 연초부터 '세계상식''오늘의 세계''토막소식' 코너를 대폭 보강했다.

지난달에는 조선중앙통신사가 해외 생활유머 7백여개를 묶은 '세계유모어'를 주민들에게 보급했다.

특히 조선중앙TV는 최근 어린이프로에서 세계명작동화를 연속 방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에서 제작된 아동영화나 동화만 방영해 온 중앙TV가 외국동화를 방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말 '그림책 소개 편집물-세계명작동화집'이란 제목으로 신설된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아기코끼리 덤보''신데렐라' 등을 내보냈다(본사 통일문화연구소의 인터넷 사이트 북한네트(nk.joins.com)에서 볼 수 있다).

시청률이 가장 높은 토.일요일에 방송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만화나 인형영화가 아니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화를 화면과 함께 여자성우가 읽어준다.

그림이 디즈니 그림책과 거의 같은 점으로 미뤄 디즈니 작품을 수입해 방영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인민학교와 고등중학교에서 학생들에 대한 일반상식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북한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각급학교에서 국어.사회.과학 등 분야별로 상식자료집을 만들고 새로운 상식을 보충해 나가고 있다.수업시간은 물론 과외시간에도 자연.사회 및 생활에 관한 상식을 가르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세계화'에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이어서 이런 움직임이 주민들에 대한 '정보 해금'조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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