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안정된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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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필립 트루시에 일본축구팀 감독은 지난 7일 이탈리아와 1-1로 비긴 후 "월드컵을 향한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일본의 전력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언제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자신들의 의도대로 플레이를 전개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두가지 뚜렷한 특징이 이탈리아전에서 나타났다.

첫째는 오노 신지(네덜란드 페예누르드).이나모토(잉글랜드 아스날) 등 '팬터지 스타'들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점이다.'팬터지 스타'는 화려한 개인기로 인기를 누리는 선수를 가리키는 일본식 조어다. 이들의 약점은 힘과 기동력이 떨어지고, 수비 가담 등 궂은 일을 회피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은 현란한 개인기와 날카로운 패스는 물론 거친 몸싸움과 악착같은 수비로 단연 돋보였다. 일본은 전반전에 나카타가 빠졌으나 이 두 선수의 활기찬 미드필드 플레이에 힘입어 경기 내용에서 이탈리아를 앞섰다.'나카타의 팀'에서 '나카타가 없어도 좋은 팀'으로 진화한 것이다.

두번째는 수비 조직력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경기 전 일본 매스컴은 가와구치와 마쓰다가 부상으로 빠진 수비진이 걱정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일본은 델 피에로.인자기.토티 등 세계적인 이탈리아 공격수들의 파상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역할과 동선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력'을 보여준 것이다. 트루시에 감독은 후반 무려 7명의 선수를 교체하는 여유를 보였다.

사이타마=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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