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책읽는 사회' 만들기 갈 길이 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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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근 문화관광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총 도서구입 지원용 예산은 올해보다 21억원이 증가한 1백34억원이다. 우선 긍정적 측면부터 살펴보자.

아직 국회 심의를 남겨 둔 상태이지만 어쨌든 문화의 뿌리인 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비다.

문화부 자료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의 내년 도서구입비는 전체 도서구입비의 절반이 넘는 74억원(지방정부예산 포함하면 1백48억원)으로 이 또한 올해보다 22억원이 늘었다. 이는 내년 전체 도서구입비 증액분 21억원보다 많다. 그러한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이 정도 규모로는 도서구입비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연간 2만여종의 신간 도서가 발행된다. 책의 질에 대한 평가는 접어놓고 4백여 공공도서관이 신간의 절반인 1만종을 1만원에 한 권씩 구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최소 4백억원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이 5대5로 지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중앙정부 예산이 최소한 2백억원은 책정되어야 신간의 절반이라도 구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공도서관이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을 구입한다면 그 액수는 몇 배로 뛴다.

이같은 계산을 담은 공문서가 예산심의를 앞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전달됐다. 발신자는 공공도서관 도서구입비 증액에 앞장서온 '도서관컨텐츠확충과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공동대표 도정일 경희대교수)이란 시민운동단체다.

'국민운동'측이 궁극적 목표로 삼는 공공도서관 도서구입비는 1천억원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도 크다. 참고로 미국 하버드대학 도서관의 도서구입예산은 2백75억원이다. 우리나라 전체 공공도서관의 연간 도서구입비가 선진국 대학 도서관 한 곳 수준에도 못미치는 현실은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한다.

권경상 문화부 공보관은 "문화 예산은 대체로 무난히 국회를 통과한다"면서 "정부 예산을 한 번에 2~3배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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