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마구잡이 모집…비밀 새나가 들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해와 달리 잘 모르는 수험생들에게서 돈을 받고 가담시킨 것이 화근이었다."

휴대전화 커닝 사건에 가담한 대학생 Y씨(19.광주 S대 1년)는 자신들의 부정행위가 발각된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수능 때는 '선수'(시험을 치르면서 답을 송수신하는 수험생)가 올해보다 많았지만 선수 서로가 친분이 두텁고 돈을 많이 걷지 않아 비밀 유지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Y씨는 자신이 올해 수능 커닝에 후배들을 돕기 위해 뒤늦게 참가했으며, 지난해 수능시험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부정행위에 가담했다고 증언했다. Y씨는 23일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본지 11월 22일자 1면>

그는 철없는 고교생들의 모의가 자신들의 능력을 벗어난 '기업형'으로 변질되면서 실패하게 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 모인 '자금'은 2085만원. 휴대전화 구입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돈은 정답을 받아보는 42명의 '후원자'가 1인당 30만~90만원을 냈다.

Y씨는 "22명의 주동자에 비해 서로 간에 친분이 덜한 후원자들이 팀에 포함돼 조용히 일을 진행하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주동자 22명은 광주 C중 출신을 중심으로 한 고3 수험생이며 성적은 중하위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인당 50만원씩 받기로 했던 후원자들의 '후원금'은 주동자들과의 친소관계.성적 등에 따라 적게는 공짜에서 많게는 9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절대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일인데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인터넷에 범행 모의가 떠돌기까지 했다. 돈을 낼 후원자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인터넷에 게재되기도 했다.

시험이 끝난 뒤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수능 성적이 좋지 않게 나온 학생들은 환불을 요구했고, 후원금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원자들은 화를 내기도 했다. 결국 이들 중 한명이 경찰에 제보하면서 이번 사건이 밝혀지게 됐다고 Y씨는 설명했다. Y씨는 "지난해처럼 알음알음으로 이뤄졌다면 경찰에 적발됐더라도 친구들의 혐의를 잘 밝히지 않아 수사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