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폰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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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카메라폰)의 사용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올 3월 카메라폰 수입과 판매를 금지한 데 대해 일부 각료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는 것이다. 카메라폰 사용이 금지된 건 이를 통해 여성의 사진이 은밀히 유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여성의 맨얼굴 사진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카메라폰이 확산된 뒤 여성의 얼굴 사진 등을 함부로 찍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결혼식장에서 여성 하객이 카메라폰에 찍힌 것과 관련, 폭력사태가 일어나 적잖은 부상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 여대생은 친구 사진을 카메라폰으로 찍은 뒤 인터넷에 올렸다 퇴학 당하기도 했다. 게다가 카메라폰으로 찍은 듯한 성폭행 동영상까지 인터넷에 나돌아 사우디아라비아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종교계 지도자들이 지난 10월 "카메라폰이야말로 악과 음란을 퍼뜨리는 주범"이라는 '파트와(율령)'를 내린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통상.재정.내무부 장관 등 사우디아라비아 각료들은 "카메라폰 사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파드 국왕에게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카메라폰은 TV나 인터넷 같은 필수품이 됐기에 이를 금지하기보다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최신 휴대전화에는 대부분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며 "따라서 카메라가 없는 휴대전화를 고집하면 수출국에서 특별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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