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계 베테랑들의 증시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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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나의 직관은 '주식 매수'신호를 보내지만,(경기 지표를 분석하는)두뇌는 이를 말리고 있다. 매수 이유를 논리적으로 입증하기는 힘들지만 좌우지간 매수할 시점이라고 본다."

30년이상 미국 월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모건스탠리 에셋매니지먼트의 제임스 버튼 고문(전 사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지에 기고한 내용이다.

버튼 고문처럼 수십년간 증시에서 잔뼈가 굵은 원로들은 객관적인 수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직관이란 것이 있게 마련이다. 이들은 각종 경기지표와 챠트(그래프)분석에 따라 움직이는 애널리스트보다 주식시장의 큰 물줄기를 비교적 잘 짚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증권계 원로들도 버튼과 유사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우선 국내 주가가 더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메리츠증권 황건호 사장은 외국인의 순매수세와 경기지표 개선.연말 배당투자 등을 거론하며 올 연말은 물론 내년초에도 주가가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한국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의 투자 포트폴리오(투자 종목군)를 감안할 때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사장은 "외국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한국경제를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또 황 사장은 "9월이후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조치와 정부의 금융재정 정책들이 실물경제에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내년초 이후에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사장의 이같은 경기회복 전망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이후 회복을 점치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보다 훨씬 더 과감한 편이다.

굿모닝 투신운용의 강창희 사장도 경기가 바닥국면에 근접했다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 "경기가 바닥에 도달했을 때 투자하면 된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며 "바닥 부근에 근접했을 때가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경기가 바닥에 닿는 순간에는 이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

교보투신운용 송종 사장도 주가가 10월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경기 회복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 사장은 "설령 경기가 내년 2분기이후에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주가는 이를 먼저 반영하기 마련"이라며 "최근까지 멈칫 멈칫하던 개인과 기관투자가들도 이제는 더이상 팔짱끼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증권 영업통인 대우증권 박승균 이사는 황 사장과 강 사장보다 다소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박 이사는 "예전의 경험에 따르면 경기와 주가가 바닥일 때는 바닥에 도달했다는 이야기 조차 나오지 않았다"며 "모두들 주식시장에서 떠나려고 할 때가 바닥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박 이사도 배당투자와 풍부한 유동성 등을 꼽으며 연말장세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박 이사는 "연말이 가까워지면 배당투자로 인한 매수세가 많이 유입될 것 같다"며 "은행 예금 금리수준으로 배당하는 업체들이 많을 것으로 보여 배당수익금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기업들의 체질이 강해진 점도 매수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철호.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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