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99% 의결권 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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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4단체 부회장들은 정부의 기업도시법·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비정규직 관련 입법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회의를 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현동 기자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가운데 올 들어 국민연금 기금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올 들어 9월까지 주식을 보유한 기업 345개의 99%인 341개사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에는 주식 보유기업(257개) 중 138개(53.4%), 2003년에는 293개의 60%인 164개였다.

의결권 행사 내용 중 대주주나 주주가 낸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기업은 올해 1~9월 15개로 2003년 11개, 2002년 6개에 비해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지난해까지 외부 기관투자가에 운용을 위탁한 80여개 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대부분의 회사에 대해 행사했다. 특히 올해는 미국계 투자펀드 소버린의 SK㈜ 경영권 교체 시도뿐 아니라 현대그룹과 금강고려화학의 경영권 분쟁이나 LG상사의 이사선임 등 예민한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사실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었으나 올 들어 주가를 훼손하는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면서 "의결권 행사는 주주의 당연한 권리며 이렇게 하는 것이 국민의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연금공단은 지난해까지 내부 지침에 의해 의결권을 행사해오다 올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기금운용규정을 신설했고 시행 세칙도 마련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4단체는 23일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찬성하면서도 "주식의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4단체는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상근부회장단 회의를 하고 "민간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간섭을 우려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또 "그러나 외국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경영권 방어와 투자 수익성 제고가 목적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연기금의 주식 의결권이 허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성식 기자, 김영옥 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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