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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자금 없다" 푸념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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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올 연말정산부터 10만원 이하의 소액을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기부한 사람은 기부금 전액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치자금의 원활한 조달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지난 3월 정치자금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소액 다수의 기부자에게서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정치권의 고질병으로 여겨져 온 불법적인 자금 수수나 정경유착이 사라질 수 있게 됐다. 또한 다수의 기부자에게서 정치자금을 받게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정치인의 행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고, 정치인 또한 책임감을 갖게 되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요즘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모처럼 만든 좋은 제도가 정치인의 후진적인 정치 행태 때문에 유명무실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상대방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자기만 옳다는 식의 주장을 늘어놓고 후진적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들을 보는 국민이 과연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싶은 기분이 들까하는 의문이다.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정치자금을 기부할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는 게 큰 유인책이 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후원금이 걷히지 않는다고 푸념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숙한 정치문화를 가꿔 국민의 관심과 신뢰를 얻는 게 급선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먼저 정치인들이 성숙한 정치문화를 보여주면 국민도 정치자금 기부라는 성숙한 의식으로 화답할 것으로 믿는다.

고경숙.광주시 서구 화정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