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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승강기 노약자 뒷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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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얼마 전 집 부근 지하철역에서 겪은 일이다. 이곳은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으로 지하철 타는 곳과 개찰구까지의 거리가 유난히 길다. 지하 8층~지하 2층의 긴 구간 때문에 노약자.장애인의 이용을 돕기 위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대부분 일반인 차지가 된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도 에스컬레이터보다 빠르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스스럼없이 이용해 왔다.

이날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 앞은 만원을 이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일제히 사람이 밀려들어 왔다. 불과 몇초 사이에 엘리베이터는 만원이 돼 문이 닫혔다. 그 바람에 정작 타야 할 할머니.할아버지는 젊은 사람들에게 밀려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것 아닌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노약자.장애인용, 일반인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주십시오'라는 문구를 보니 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일반인은 노약자 시설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주현.서울시 중구 신당4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