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마당

돈에 낙서하지 맙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이다. 현금 거래가 많은 곳이라 돈을 많이 다루게 된다. 며칠 전 있었던 일이다. 한 손님이 물건을 사고 5000원짜리 지폐를 냈다. 받고 보니 그 지폐엔 굵은 글씨로 헤어진 연인에 대한 이야기가 애절하게 담겨 있었다. 지폐라기보다 거의 편지지에 가까운 돈을 받은 나는 당혹스러웠다. 이런 지폐들은 대개 다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손님에게 거스름돈으로 바꿔줘도 받아가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유통되지 못하니 지폐로서의 기능은 정지된 셈이다.

이뿐 아니다. 구겨지고 찢긴 지폐는 예사이고 사람 이름, 돈 계산 같은 낙서가 돼있거나 그림이 그려진 지폐, 종이접기가 되어있는 지폐도 자주 보게 된다. 구멍이 뚫렸거나 찌그러진 동전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이런 돈을 거슬러 받는 손님의 대부분은 몹시 불쾌해 한다. 다른 돈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돈을 만드는 데도 돈이 든다. 10원짜리 동전 하나 만드는데 무려 32.9원이 든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이때 돈을 깨끗하게 쓰고 소중히 다루는 것도 경제를 살리는 한 부분이 될 수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송하나.대전시 대덕구 송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