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고이즈미 야스쿠니 참배 중지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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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이 22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에게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중지를 요구한 데 대해 일본 집권당과 일부 언론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대리는 23일 "총리가 나라를 위해 숨진 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참배하는 것은 한 나라의 리더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외국으로부터 가지 말라고 말을 들어야 할 처지가 아니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다케베 쓰토무(武部勤)간사장도 "후 주석이 '내년이 태평양 전쟁 종전 60주년'이라며 참배중지를 요청했다는데 어찌 그렇게까지 말하는가"라며 "후 주석이 말했다고 해서 참배를 그만두면 중국에 굴복한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가타야마 도라노스케(片山虎之助) 참의원 간사장도 "(전쟁에)이긴 쪽에 참배하는 것은 괜찮고 진 쪽에 참배하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이냐"며 "중국이 이만큼 발전한 것은 일본의 협력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수논조의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3일 사설에서 "양국관계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내정간섭'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문은 또 "공산당 독재하의 현대 중국만큼 역사상의 인물에 대한 평가가 어지러울 정도로 변하는 나라는 드물 것"이라며 "과연 다른 나라에 '역사를 거울삼아'란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발했다.

진보성향의 아사히(朝日)신문은 사설에서 "총리의 참배에 반대한다"는 지론을 펼치면서도 "중국이 야스쿠니에 국한하지 않고 '역사 카드'를 활용, 일본을 계속 공격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일본 국민이 갖게 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23일 "앞으론 참배하느냐 안 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언급을 안 할 것"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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