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분단현장을 가다] 분단으로 끊긴 경의·경원·동해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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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남북 분단으로 철로가 끊긴 세 개 철도 노선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은 ‘경의선’이다. 경성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은 프랑스가 건설할 뻔했다. 1896년 4월 주(駐) 조선 프랑스공사가 조선 외무대신에게 철도부설권을 요청해 그해 7월 프랑스 회사 ‘피브릴르’가 따냈다. 하지만 이 회사가 본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해 착공하지 못하자 1899년 부설권이 소멸했다.

민간 철도사업자 박기종이 경의선 철도부설권을 따내려 했으나 대한제국 정부는 궁내부 내장원에 서북철도국을 설치해 경의선은 물론 경부·경원선 건설을 직접 챙기도록 했다. 경의선은 1902년 착공해 1906년 경성∼신의주 구간 499.3㎞가 완공·개통된다. 분단 이후 북한은 노선 이름을 바꿨다. 평양을 중심으로 북으로 신의주까지는 평의선, 남쪽으로 부산까지는 평부선이라 부른다.

동해선은 동해북부선과 동해남부선으로 나뉜다. 남부선은 부산진에서 포항까지 147.8㎞ 구간이다. 1930년 착공해 35년에 개통됐다. 분단으로 허리가 끊긴 노선은 북부선이다. 지금은 남한 땅인 양양과 북한 땅 안변을 잇는 192.6㎞ 구간으로 37년에 완공됐다. 북에서는 동해선을 금강산청년선이라고 부른다.

경원선은 경성과 원산을 잇는 223.7㎞ 구간으로 1914년 개통됐다. 북한에서는 강원선이라 부른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끊겼던 경의선과 동해선 철로가 이어져 2007년 DMZ를 통과하는 시험운행을 했다. 경의선은 2007년 12월부터 1년 가까이 화물열차를 정기운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원선은 여전히 철로가 끊겨 있다. 남쪽 최북단 역인 민통선 내 신탄리역부터 북쪽 땅 평강역까지 31㎞ 구간의 철로가 한국전쟁을 치르며 망실됐다. 북한에서는 평강∼원산 구간은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철도 노선 건설의 이면에는 굴곡 많은 한국 근현대사가 녹아 있다. 구한말 서구 열강은 조선의 각종 철도부설권을 두고 각축을 벌였다. 광산개발 등 이권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가 철도 창설 111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발간한 『철도 주요 연표』에는 급박했던 당시 풍경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안병민 박사에 따르면 당시 열강들은 궤간거리(좌·우 레일 안쪽 면 사이의 거리)를 어느 나라 식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다퉜다. 러시아는 광궤(1520㎜) 체제를, 일본은 협궤(1067㎜)를, 미국과 유럽은 표준궤(1435㎜)를 각각 밀었다. 결국 한반도에는 표준궤가 깔렸다. 일본이 1910년 대한제국을 병합해 협궤를 도입할 수 있었는데도 만주 진출을 염두에 두고 당시 만주의 철로 규격인 표준궤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안병민 박사는 “일본은 이른 시일 내에 한반도에 철도망을 구축하기 위해 경부-경의선과 경원-호남선을 두 축으로 하는 ‘X’자형으로 철로를 깔았는데, 남북 분단이 되자 이로 인한 수송 차질이 컸다”고 말했다.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던 X자의 교차점 구간이 DMZ 안에 묶이자 동서 연결 철로가 크게 부족했던 남북한 모두 자국 내의 화물·인력 수송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취재 신준봉 기자, 사진 김태성 기자, 동영상 이병구 기자inform@joongang.co.kr  
취재 협조=국방부, 육군본부, 국군 1·22사단, 통일부, 한국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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