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my LIFE] 창일산업 서낙원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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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형자들은 모두 제 가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9년째 수형자들의 취업을 돕고 있는 ㈜창일산업 서낙원(70) 대표. 그는 2002년부터 천안개방교도소 참여인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이곳의 ‘수형자 취업 및 창업지원협의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혼자서 조금씩, 작게 하던 일을 본격적으로 나서 크게 일을 벌인 것이다. 이전에는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강의·교육만 해왔다. 지금까지 창업이나 취업에 도움을 받은 이들은 어림잡아 160여 명 정도. 출소인원에 비하면 적지 않은 수다.

전과자 선입견 버려야

9년째 수형자들의 취업을 돕는 창일산업 서낙원 대표. 많은 어려움도 겪었지만 취업에 성공한 수형자들의 ‘소주 한잔’제안에 어려웠던 일은 싹 잊어버린다고 한다. [조영회 기자]

그가 수형자들의 ‘미래’를 책임지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좋은 일 한번 하시죠.” 8년 전 당시 박윤환 대전지검 천안지청장과 식사를 하던 중 했던 제의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취업 지원을 하면서 교도소 직원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교도관들이 무서운 줄만 알았는데 좋은 분들이고 헌신적이에요.” 농담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어려운 일도 많이 겪었지만 보람도 많다고 자랑한다. 한번은 자신의 회사에 취직을 시켰던 20대가 동료의 월급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배신감에 빠져 있을 틈도 없이 이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정리했다. 직원의 잃어버린 봉급을 다시 지급하고 회사 분위기를 다잡는데 노력했다. 이런 저런 사고를 내는 직원들 때문에 경찰서, 파출소로 빌러 다니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자신의 ‘일’을 접진 않는다. “전과자란 선입견을 버리고 안아줘야죠. 잘못한 것도 없이 한번의 실수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전과자에 대해 안 좋은 시선이 많지만, 대부분이 열심히 일하고 착합니다.” 오히려 두둔 해주며 기분 좋았던 일을 다시 회상했다.

"취업이 재범 방지에 가장 효과적”

교도소에서 10년 넘게 생활을 했던 사람을 서울의 한 업체에 취직시켰을 때다. 그가 “술 한잔 하시죠”라는 말을 건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단다. 단순히 ‘마음을 잡고 자신을 찾아주는 이가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는 “조금의 피해를 보더라도 사회적응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재취업 성공을 보람으로 느낀다. 계속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오히려 감사해 했다.

천안개방교도소 윤경식 소장은 “출소 후 직장을 갖는 것이 재범 방지에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부정적 인식이 많고, 사업에 부담이 돼서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서 대표는 이러한 사실을 다 알면서도 출소자들이 용기를 갖고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자신의 회사에 취직을 시켜주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출소자의 취업담당을 하는 이태희 교위도 “출소자들의 아버지라 할 수 있다”고 그를 칭찬했다. 이 교위는 “취업 창업 교육을 매번 하는데 수형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이 때문에 출소자들의 상담이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회사보다도 이들의 미래를 걱정한다. 업무를 잘 하는 직원이라도 더 좋은 직장이 있으면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신의 회사를 실무에 적응할 수 있는 ‘인력 양성소’쯤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서 대표와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천안개방교도소가 전국에서 취업협약 기업이 가장 많은 곳이 됐다.

서낙원 대표는 “실망할 때도 있지만 보람을 느낄 때가 훨씬 많다”며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길을 가게 하고 싶다. 힘 닿을 때까지 계속 이 일을 하겠다”고 작은 바람을 말했다.

글=김정규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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