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무회의 4시간 격돌] "쇄신 안하면 전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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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 열린 민주당 당무회의는 오전 8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4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였다. 1996년 국민회의 창당 이후 가장 긴 당무회의였다고 한다.

최고위원은 물론 원외위원장에 이르기까지 30여명의 당무위원들이 발언했다. 당 사무처에선 4층 대회의장에 대한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지만 초반부터 쇄신파들을 향해 분통을 터뜨리는 동교동계의 소리가 문밖으로 새어나왔다.

회의 후 한광옥(韓光玉)대표는 지친 표정으로 "제시된 여러 의견을 3일 최고위원 회의 때 대통령께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발언록.

▶장영달 의원=당.정.청을 쇄신하지 않고선 당이 다시 일어설 수 없다. 다음 선거에서 전멸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많은 분이 침묵하지만 80% 이상이 쇄신에 동조한다.

▶김옥두 의원=김근태 최고위원은 남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부터 되돌아보라. '국민의 정부'의 실패를 바라는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만나고, 형무소에 있는 언론사주를 만나고 이게 뭐냐. 대선주자가 포함된 포럼은 해체돼야 한다. 야당이 주장하는 근거없는 의혹 부풀리기가 사실로 밝혀지면 책임을 지겠다. 소장파 의원들은 특정인 은퇴나 계보 해체를 주장할 용기가 있으면 터무니없는 의혹만 제기하는 한나라당을 공격하라.

▶정균환 특보단장=최고위원 회의를 해체하라는 의견도 있다. 최고위원들도 반성하라. 객관적 당기구를 설치해 대통령께 건의하자.

▶추미애 의원=최고위원 회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특정인 두분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국민적 의혹이 있다면 물러나 주시는 게 바람직하다.

▶김근태 최고위원=김옥두 의원의 인신공격은 유감이다. 나는 국민의 정부와 대통령이 성공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나.

▶박광태 의원=야당의 음해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대표와 최고위원회의는 과연 무슨 대책을 세웠나.

▶송훈석 의원=편중인사를 시정하고 권력을 휘두른 사람과 부패한 사람은 물러나는 전면쇄신이 있어야 한다.

▶정동영 최고위원=쇄신은 당을 살리는 마지막 기회다. 3일 최고위원 회의 때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생각이다.

▶천정배 의원=집권당으로서 외부에 책임을 돌릴 수 없다.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필한 사람들은 일괄사표를 내야 한다. 비리 의혹 때문이 아니라 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분들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윤철상 의원=특정 인사 정계퇴진 주장은 현대판 고려장이다. 민주화의 산 증인인 동교동계의 좌장에게 야당과 언론의 음해 주장에 따라 여러 요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화갑 최고위원=나의 거취 문제가 대통령께 부담이 돼선 안된다는 생각이다.3일 이후 결론내겠다. 쇄신 논의과정에서 실명을 거론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 서로 상처입히는 일은 하지 말자.

▶이인제 최고위원=인적쇄신과 당정개편은 대통령이 결단내릴 문제로 조심스럽게 논의해야 한다.

▶김영배 상임고문=몇몇 거론되는 분들이 당에 없었더라도 이번 재.보선에서 이길 수는 없었다.3일 대표와 최고위원이 일제히 사표를 써 대통령의 결정을 기다리자.

▶김중권 최고위원=민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면전환을 위해서도 정치적 결단을 늦출 일이 아니다. 당에 계파나 모임이 너무 많다. 정치적 의사표현은 공식기구에서 해야 한다.

김정하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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