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돼지고기 연구가 "삼겹살은 바싹 익혀야? 천만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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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여기 뒷다리 살 2인분 주세요.”

고기집 주인은 익숙한 주문인 듯 빙그레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옆 자리에서 삼겹살과 점심 반주를 들던 어르신들이 잠시 의아한 눈길을 던진다.

“우리나라 사람은 지방이 많은 삼겹살을 너무 좋아하는데 뒷다리 살 같은 지방이 적은 부위가 건강에 더 좋아요. 게다가 가격도 쌉니다”

‘뒷다리 살’ 예찬론을 펴는 그는 지난 1991년부터 돼지연구를 해와 축산농가에선 ‘돼지박사’라 불리는 진주산업대학교 김철욱 교수(경남양돈특화산학연협력단장)다.

김철욱 교수가 돼지고기 뒷다리 살 샤브샤브를 직접 소개 하고 있다.

김교수는 91년부터 진주산업대학교에 축산개발학과라는 전국유일의 과를 개설해 주로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육질 관련 유전자 연구를 해왔다. 올해는 저지방부위 돼지고기를 사용한 요리 전문가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교육과정 입학식이 열린 10일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인근 식당에서 김교수를 만났다.

-이렇게 비오는 날 삼겹살은 구워 먹어봤지만 뒷다리 살 고기는 처음이다. 평소에도 자주 이렇게 먹는가?

"평소에도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데 주로 삶은 것을 좋아한다. 돼지 연구를 안했다면 아마 지금쯤 돼지고기집 사장을 하고 있을 것이다."(웃음)

-구워먹는 것이 더 맛있지 않은가?

"맛은 어떨지 모르지만 상당히 몸에 좋지 않다. 구워 먹으면 육류속의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면서 8가지 유해 물질이 만들어 진다. 그 산화물질들이 혈관벽을 손상시키게 되는데 그곳에 다시 산화물질이 흡착되어 콜레스트롤이 축적되면서 ‘동맥경화증’이나 ‘심장병’등 성인병을 유발한다."

-무서운 이야기다. 그럼 구이가 먹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돼지고기는 살짝 붉은 빛깔만 없어졌을 때 먹으면 된다. 티비에서 주로 돼지고기를 완전히 바삭 할 때 까지 익혀 먹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렇게 까지 익혀 먹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삶거나 쪄서 먹는 것을 권장한다. 세계장수촌 마을을 조사해 보면 돼지고기가 주식인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요리 문화는 주로 찜이나, 수육의 요리 형태다."

-어른들로 부터 소고기는 살짝익혀도 되지만 돼지고기는 완전히 익혀 먹어야 한다고 배웠다. 아닌가?
"나도 아버지께 그렇게 배웠다. (웃음) 그러나 이것은 우리 문화로부터 비롯되어 구전된 잘못된 상식이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길흉사(吉凶事)가 생기면 주로 돼지를 도축해서 크게 잔치를 벌였다. 여름철 무더운 날씨에 보관 해오니까 수육의 지방이 부패해서 식중독이 많이 발생했다. 이러다 보니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 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균이 많으니 바짝 익혀 먹어야 된다’고 구전 된 것이다. 70도 이상의 불로 살짝만 가열해도 균은 모두 죽는다."

-사실 ‘돼지’하면 약간 비 위생적인 동물의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옛날 농경사회에서 우리 안에서 한 두 마리 돼지를 대충 울타리만 치고 변변한 시설 없이 키웠고 또 그런 환경에서 돼지가 무리없이 자라주니 그렇게 인식 된 것 같다. 원래의 돼지는 매우 깨끗한 곳을 좋아 하는 동물이다. 후각이 매우 발달 돼서 배설장소를 구분하기 까지 한다. 학자들 사이에선 깨끗한 동물로 취급되고 있다."

-돼지고기 요리 전문가 과정을 개설하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돼지고기 소비문화는 주로 ‘구이 문화’다. 그리고 지방이 많은 삼겹살 목살을 많이 섭취 하고 있다. 돼지고기는 우리 국민들의 육류소비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하지만 정작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 전문인 과정이 없었다. 또 돼지고기의 저지방부위를 이용한 조리법을 보급함으로써 우리 돼지고기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부위별 소비불균형을 해소하는데 기여 할 것으로 기대한다."

-부위별 소비 불균형이 어느 정도 인가?

"먼저 우리나라 돼지 산업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돼지 산업은 사료와 품종 모두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돼지 한 마리를 생산하는 단가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 와중에 수입돼지고기까지 들어오니 국내 돼지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 돼지 한 마리를 도축 하게 되면 보통 52kg의 고기가 나오는데 한국인이 주로 먹는 삼겹살, 목살 등의 부위는 겨우 18kg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가격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다. 따라서 외국에서 이들 부위의 싼 고기가 들어오면 더욱더 가격경쟁력이 약해진다. 반면에 우리 국민이 선호하지 않는 나머지 34kg(앞다리, 뒷다리, 안심, 등심)은 외국에서 상당히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부위별로 영양은 어떻게 되는가?
"삼겹살 목살에는 지방이 많아서 콜레스테롤이 많다. 앞다리, 뒷다리, 안심, 등심 등은 콜레스테롤이 적은 고급 단백질이 많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이들 부위를 고급 고기로 취급하고 주로 먹는다."

-전문인 과정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소개 해준다면?

"저 지방 돼지고기를 가지고 가정에서나 식당에서 손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교육할 과정이다. 돼지고기 샤브샤브나, 돈육맥적구이, 돼지고기 두부선 등과 같은 국산의 기능성 재료들을 활용한 요리들을 교육할 계획이다."

왼쪽이 돈육맥적구이, 오른쪽이 돼지고기 두부선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달라.

"10주 과정이며 매년 1회씩 실시될 모집할 예정이다. 올 해는 4월 29일부터 수강생을 받았는데 하루만에 마감이 되었다. 5월 13일에 시작하여 7월 16일 날 수료식을 갖는다. 경남 도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했기 때문에 지역사람들 울산, 부산, 진주 등의 지역사람들이 많다. 일반인도 있고 실제로 돼지고기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다. 농촌진흥청 양돈특화산학협력단의 지원으로 수강료는 없다."

-경남지역 위주라 아쉽다. 전국적으로 이 과정을 확대 할 생각은 없나?

"앞으로 전국적으로 시군의 주민들에게도 이 강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생명산업인 양돈산업이 우리 국민에게 고급단백질을 안정적으로 제공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양돈산업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명지대 김형구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의 산학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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