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휴대전화 커닝] 경찰,수사결과 중간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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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수능시험 휴대전화 부정행위'를 수사 중인 광주광역시 동부경찰서는 22일 이번 부정행위의 가담자, 경비조달, 모의부터 실행까지의 범행과정, 수사착수 계기 등을 발표했다.

경찰은 이날 발표에서 "적발될 경우 불이익을 생각하면 알고도 묵인할 부모가 없고 정황도 포착되지 않았다"며 "인터넷 등에 떠도는 '예년 수능에도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은 소문 수준일 뿐이고 소급해 확인할 단서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능 대물림 부정행위' 등은 의혹으로 남아 있어 경찰의 추가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대물림 부정행위' 없었나=이번 사건의 최대 의문점이다. 광주 시내에서 지난해 수능 부정에 가담했다는 대학생(본지 11월 22일자 1면)이 수법.모의 과정 등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 보도가 나간 직후인 22일에도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이미 6년 전부터 벌어져 왔다는 학생.학부모 등 시민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소문이나 그저 꾸며낸 이야기로 보기에는 너무도 구체적인 주장들이었다.

경찰은 조사 대상 학생들이 대물림 부정행위에 대해 "모른다" "그렇다더라"라고 진술하는 등 인터넷이나 시중에 떠도는 소문 수준이어서 개연성은 있으나 확인할 증거가 없어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선 지역 사회와 교육계에 몰고올 파장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수사를 축소하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학부모.학교는 몰랐나=주동학생들이 범행을 위해 모은 돈은 모두 2085만원. 성적 하위권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대신 일인당 30만~9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용돈이나 책값의 액수인 수만원 정도는 몰라도 수십만원을 낸 학생 부모는 돈의 사용처를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수능 부정에 가담한 일부 학생의 학부모나 학교가 부정행위를 권장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묵인을 했을 것이라는 의문이 남아있다. 그러나 참고인으로 경찰에 나온 학부모나 학교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이나 해당 학교의 인터넷 게시판에 수능 부정에 대한 제보의 글이 수차례 올랐다는 점에서 학교 측도 의혹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전문 브로커가 개입했나=경찰은 이번 사건에 브로커 등 '학교 밖 세력'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주동자급 학생 22명이 이번 사건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41명이 집단으로 참여했고, 시험 전달 '집단모의훈련' 등 조직적으로 진행이 이뤄진 점으로 미뤄 고교생들만의 범행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경찰은 수사발표를 하면서 "또 다른 조정자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주범 22명 외에 개입자는 절대 없다"고 말했다. 한 수사 경찰관은 "전문 브로커가 했다면 이렇게 어설프게 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브로커 개입은 부풀려진 풍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서형식.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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