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휴대전화 커닝] 교사- 제자, 눈물의 유치장 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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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이럴 줄 정말 몰랐어요. 어떡해요."

21일 광주광역시 동부경찰서를 찾은 40대의 한 여성은 조사받는 아들이 걱정되는지 발을 동동 굴렀다.

고3 아들을 기다리던 아버지 채모(49)씨는 "아들이 수능날 갑자기 전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기는 했지만…"이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 아버지는 "그래도 아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교사가 유치장에서 제자를 만나는 장면도 있었다.

구속된 김모(19)군을 광주 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만난 이모(45)교사는 "야 이놈아 내가 그렇게 가르쳤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군은 고개를 떨어뜨린 채 "죄송합니다. 이제서야 제가 잘못한 것을 알았어요"라며 흐느꼈다. 이 교사는 "너도 휴대전화를 구입하는데 개입했느냐""답을 받아 썼느냐" 등 꼬치 꼬치 캐물으면서 제자가 범죄에 가담한 것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이 교사는 "경찰에서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잘못을 반성하라"며 "겨울인데 몸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유치장을 나왔다.

아들이 사건에 가담한 한 학부모는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사죄의 글'을 올려놓았다.'학부모'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이 글은 "모든 일은 부모 부덕의 소치로 이해해 주시고 이런저런 공방은 제발 말아주시길 감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고시원에서 공부한다는 말에 아들의 말을 그대로 믿었는데…. 이 또한 못난 부모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자책했다. 이 학부모는 마지막으로 "평생을 두고 사죄의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며 "아울러 교육청 관계자 여러분께도 더 말할 나위 없이 사죄의 마음을 보낸다"고 말했다.

선처를 부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관련 학생들을 1년간 보살펴왔다는 고시원 주인은 "구속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아이들이 잘못한 만큼 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사회가 감싸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서형식.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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