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관훈클럽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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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2지방선거 오(吳)와 한(韓)의 전쟁이 시작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가 7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총무 김진국 중앙일보 논설위원) 주최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토론 대결을 했다. 두 사람이 토론회에서 맞대결을 한 건 처음이다.

민선 시장으로서 첫 재선을 노리는 오 후보는 방어자 입장이었지만 종종 공세에도 나서며 ‘정책적 우위’를 부각하고자 했다. 반면 한 후보는 ‘디자인 서울’ 등 오 시장 재임 시절의 서울시정을 집요하게 비판했다.

◆맞대결=두 사람은 모두연설에서부터 격돌했다.

▶오 후보=“4년 동안 서울의 도시 경쟁력과 금융 경쟁력 모두 15계단 뛰었고 관광객이 30% 늘었다. 서울을 세계 5위권에 진입시켜 파리지앵과 뉴요커처럼 서울시민인 게 자랑스럽게 만들겠다.”

▶한 후보=“부수고 치장하고 덧칠하는 동안 서울의 빚은 6조에서 18조원으로 세 배 늘었다. 사람이 존중받고 사람이 중심인 서울을 만들겠다.”

두 사람은 직접 토론에서 도시 경쟁력을 올릴 방안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오 후보는 “한 후보에게서 서울시민을 먹여 살릴 도시 경쟁력 관련 정책은 못 봤다”며 “관광산업을 위해 서울 인지도를 올릴 방법이 뭐냐”고 공격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오 시장의 디자인서울과 광화문광장, 한강르네상스는 개발 위주 전시성”이라며 우리 전통과 맛과 인심이 묻어나는 골목길을 살려야 하는데 피맛골도 사라졌다”고 받아쳤다.

오 후보가 거듭 “서울 인지도를 올릴 방안은 왜 답하지 않느냐”고 몰아세우자 한 후보는 거꾸로 “1600억원의 홍보비를 썼는데 재선을 위해 치적을 많이 홍보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한 후보의 공약인 초·중학생 무상급식과 관련, 오 후보가 “한 총리 취임 직후 예산을 삭감하고 무상급식 정책을 폐기 처분했었는데 생각이 바뀐 이유가 뭐냐”고 묻자 한 후보는 “지금 기억에 없지만 현실적 문제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된다”고 답하며 난처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패널과의 대결=두 후보를 향해 패널들은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다. 오 후보를 향해 한 패널은 “광화문광장이 광장 맞느냐”고 꼬집었다. 오 후보는 “청계천도 거대한 어항이라고 비난하는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들이 ‘거대한 중앙분리대’라고 하는데 체코 프라하의 바츨라프광장처럼 국가 상징 광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곽영욱 사장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제기한 아들 유학비로 5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은 계좌를 다 열어 등록금 등 몽땅 자료를 제출해 말끔히 정리됐다”며 “골프채도 면전에서 단호히 거절한 뒤 모자 하나 들고 ‘이거면 충분하다’고 하면서 들고 나온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골프콘도를 무료로 이용한 이유를 묻자 “골프를 치는 동생 부부와 며칠 가서 저는 골프를 잘 치지 않고 산책만 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가 끝난 뒤 오 후보는 시장으로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성동구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를 방문한 뒤 시장직을 사퇴하고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라진구 행정1부시장이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한 후보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창조한국당 송영오,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를 차례로 예방해 ‘야권 연대’ 행보를 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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