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 여야 원내대표, 소통의 새 정치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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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번 주 새로 선출된 여야 원내대표의 역할이 막중하다. 임기의 절반을 넘어선 17대 국회의 전반기를 돌아보면 정치의 부재(不在)를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라 할 대화와 타협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낼 수가 없다. 다수의 힘을 내세운 여당에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야당만 있었다. 국회의원이 국회를 버리고 장외(場外)를 전전(轉轉)하는가 하면 폭력사태로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다행히 두 사람은 협상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두 사람은 정치 거목인 양김(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문하에서 정치를 배웠다. 양김씨는 계파정치의 폐해는 남겼지만 강력한 투쟁을 하면서도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력을 발휘할 줄 알았다.

두 사람의 취임사에서도 그런 희망을 엿볼 수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원만한 여야관계가 되도록 잘 하겠다” “계파의 벽, 여야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투쟁할 때는 투쟁하고, 협상할 때는 협상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속 의원들에게 “강력한 투쟁 장소는 국회다. 언제까지 장외투쟁에 낮과 밤을 새우고 언제까지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농성할 건가”라고 물었다. 소통과 협상을 강조하는 두 사람의 취임으로 17대 후반기 국회는 정치다운 정치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후반기 국회에도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전반기 국회에서 미뤄져온 4대 강·세종시 문제를 비롯해 개헌 문제도 남아 있다. 국회법 개정안도 걸려 있다. 더구나 여야 모두 당내 계파 간의 심각한 갈등을 안고 있다. 특히 김무성 원내대표는 그동안 난맥상을 보여온 청와대·정부와의 소통도 뚫어야 한다. 여기에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계산이 앞설 수 있다.

그런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대화와 협상의 정치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심각한 지경임을 두 사람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정치 경륜도 풍부한 두 원내대표가 양보와 타협의 격조 있는 새 정치를 선보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