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 HSBC에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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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영국계 은행 HSBC가 제일은행을 인수한다.

금융계 소식통은 22일 "HSBC와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뉴브리지 캐피털이 최근 인수 협상을 마무리하고 연내에 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HSBC가 잠재 부실을 찾아내기 위한 실사를 한달여 동안 할 예정이지만 실사 결과가 제일은행 인수를 위한 기본 합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SBC는 제일은행 주식 100%를 인수할 계획이며, 인수 가격은 주당 1만5000원으로 총 인수 대금은 3조원 규모로 잠정 합의됐다.

현재 제일은행 지분은 뉴브리지캐피털이 48.56%, 예금보험공사가 48.49%, 재정경제부가 2.95% 갖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HSBC는 80여개국 9500여 지점과 23만8000여 직원을 갖춘 세계 2대 금융기관이며 1982년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해 서울.부산 등에 8개 지점을 두고 있다. HSBC는 또 98년 국내에서 소매금융 업무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은행인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에 이어 세계 2위인 HSBC까지 국내 은행을 인수, 본격적인 소매금융 영업에 뛰어듦에 따라 은행권 판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영업을 시작한 한국씨티은행(씨티은행과 한미은행이 합병해 출범한 은행)과 HSBC-제일은행의 통합 자산은 각각 66조원과 55조원 규모지만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경영 노하우, 브랜드 인지도 등을 무기로 국내 금융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자산은 207조원 규모다.

이와 관련, 제일은행은 이날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이 지분매각을 위해 잠재적 매수자들과 사전 협의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실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공시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실사가 25일 시작돼 한달간 진행된 뒤 본계약 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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