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 우선 주차제 확대 '불만' 터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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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집주변 이면도로에 거주자 우선 주차구획을 배정해달라고 신청했다 탈락한 회사원 鄭모(27.서울 송파구 가락2동)씨는 탈락한 이유가 어처구니 없다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집과의 거리.소형 차량 여부.거주년수 등을 고려해 주차구획을 배정하는 구청의 기준에 따라 배기량 2천㏄인 자동차 때문에 감점을 받아 주차구획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鄭씨는 "중고로 구입한 1991년산 디젤 승합차를 모는 내가 최신형 소형차를 갖고 있는 이들보다 부유층이란 말이냐"며 "장애인이나 고령자.중환자 등을 배려하는 건 이해하지만 배기량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현재 서울시내 주거지 주차장 확보율이 69.1%에 불과한 상황에서 거주자 우선 주차제가 확대되자 구획 배정에서 탈락한 주민들이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시와 각 구청도 신청자 열 명 중 두세 명은 탈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탈락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주차구획 배정시 장애인과 노약자 가정에 우선권을 주고 일정기간(3개월) 이상 거주자 등을 우대하라는 지침을 구청에 시달했다. 그러나 각 구나 동사무소는 추첨을 하거나 시의 기준에 배기량.집과의 거리 등의 조건을 추가해 배점제로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배점제를 실시하는 송파.강남.용산 등 상당수 구청의 경우 도로여건상 집부근에 주차구획을 마련할 수 없는 주민들은 '집과의 거리' 항목에서 밀려 구획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자동차를 생계형으로 쓰는 주민들은 "배기량이 높다는 이유로 배정가능성이 낮다"고 불평한다.장기 거주자에게 가점을 준다면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하는 서민들은 주차하지 말란 것이냐는 반발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별로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다수가 선호하는 방법을 이용해 주차구획을 배정한다"며 "주차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으므로 주민들도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차공간이 부족해지자 과거 "불법 주차 차량을 견인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던 집 대문 앞에 주차구획을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폭주하고 있다.

대문 앞은 보행을 방해해 원래 주차구획을 그릴 수 없는 곳이나 일선 동사무소에는 "불편을 감수할 테니 구획지정을 해달라"는 민원이 수십 건씩 접수되고 있다.

서울시도 부족한 주차공간 확보차원에서 이를 적극 장려하기로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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