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남유럽발(發) 금융위기 우리는 안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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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재정위기로 구제금융을 받게 된 그리스에서 긴축조치에 반발하는 시위가 유혈(流血) 사태로 번진 가운데 남유럽발(發) 금융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시킨 데 이어 무디스도 조만간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스페인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란 소문과 함께 재정적자가 심각한 영국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국제금융시장에 번지고 있다. 이 바람에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결정으로 가까스로 수습되는 듯했던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다시금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간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곧바로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심각한 재정적자에 직면한 남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국가부도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면 우리나라도 그 파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남유럽의 금융불안이 확산되면 세계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유럽경제가 다시금 침체에 빠지게 되고,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되던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되면 수출로 경제 회복을 견인해온 한국도 당연히 그 여파를 받을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자금압박을 받는 유럽계 금융회사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돈을 빼가는 것을 계기로 국내의 외화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국내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외환시장에선 환율이 요동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기업·금융회사들은 이제 남유럽발 재정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남유럽발 금융불안의 전개 상황을 예의 주시(注視)하면서 그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단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사태가 확산될 경우 외부 충격에 의한 외화유동성 부족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