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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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도 비슷한 부정행위가 있었고 저도 참여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지요.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수법(휴대전화 커닝)인데 문제가 너무 크게 터진 것 같아 당황스럽네요."

휴대전화를 동원한 수능 부정사건에 가담한 Y씨(19.광주 모 대학 1년)는 21일 본지 기자와 만나 "재수생인 고교 친구를 돕기 위해 휴대전화 커닝 사건에 가담하게 됐다"며 사건 전모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20, 21일 이틀간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는 수능 당일인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모 고시원에서 수험장에서 답안 일부를 송수신하는 수험생들, 이른바 '선수'들이 보내온 정답을 모아 시험 문제 전체의 정답을 만드는 도우미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수험생 선수가 올해보다 더 많아 1인당 8개 문항 정도만 풀어 답을 문자 메시지로 도우미 후배들에게 보내줬다고 했다. 관리를 맡은 대학생들은 시험을 치르는 선수들로부터 송신돼 온 신호를 도우미 후배들이 제대로 챙기도록 감독하기 위해 고시원에서 함께 대기했다.

Y씨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는 일부 문제를 풀고 휴대전화를 두드려 답을 보낸 다음 정답을 받아보는 수험생인 선수 20~30명, 선수들이 보낸 신호를 듣고 번호로 바꾸는 중계인(도우미) 20~30명, 이 과정을 관리하는 대학생 수명, 돈을 받는 대가로 문제만 풀어 보내주는 '용병'들로 구성됐다.

Y씨는 "휴대전화 성능이 워낙 좋아 영어 듣기시험 내용이나 감독관의 목소리까지 들렸다"며 "용병들은 시험이 끝나고 쓸 유흥비를 마련하려고 가담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문적으로 이뤄진 부정이 아니라 대부분의 수험생이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 수능 점수를 조금이라도 올려보려는 생각에서 가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Y씨는 이번 부정행위가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답을 받는 과정에서 오류가 많았고, 실제 수험생들의 성적도 좋지 않았다고 했다.

Y씨에 따르면 부정행위의 방법은 선수 수험생들은 사전에 약속된 15~30개 문항의 답을 보내는데, 답이 2번일 때는 두 번, 3번일 때는 세 번씩 휴대전화를 두드리는 과정에서 이를 듣는 도우미들이 문제 사이의 간격을 알지 못해 답을 5번으로 착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답을 보내기로 약속한 선수들이 답을 보내지 않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Y씨는 "이 때문에 일부 과목은 도우미들이 선수들에게 '그냥 문제 푸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광주=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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