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민단체들 개항기념탑 철거 요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인천시 중구 항동7가 연안부두 앞에 위치한 ‘인천항 개항 1백주년 기념탑’에 대해 인천시 등이 이전을 추진하자 시민단체들이 기념탑을 아예 철거해야 한다며 맞서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최근 현재 제2경인고속도로 진입로 앞 교차로에 위치한 기념탑을 인천시 중구 제1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전 계획은 현재의 기념탑이 인천항으로 가는 수송 차량운행에 큰 장애가 돼 끊임없이 이전 민원이 야기돼 온데다 시민들이 접근하기도 힘들어 관광객이 많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해수청이 기념탑을 옮겨갈 터미널 앞 부지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인천시는 이전에 소요되는 예산 10억원을 부담키로 해 설계 용역을 실시중이다.

그러나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이전 계획을 반대하며 완전철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일본과 제물포조약을 맺고 강제로 개항된 시기를 바탕으로 기념탑을 만든 것 자체가 잘못인데 거액의 혈세를 들여 이를 다시 옮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치욕의 역사를 상징하는 기념탑을 완전히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회원들은 지난 12일 기념탑 위에 올라가 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데 이어 지난 16일부터는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시민단체들은 앞으로 인천지역의 예술 ·학계 ·종교단체 등과도 연대해 철거를 촉구할 방침이다.

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은 “인천항은 이미 1천년전부터 중국 교역항이었기 때문에 개항 1백주년 기념탑은 기념비적인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이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전계획을 일시 보류한 뒤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기념탑 이전 또는 철거에 대한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83년 건립된 이 기념탑은 높이와 지름이 각각 33m에 이르며 가운데 탑신은 폭 2m,넓이 9m에 달한다.

엄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