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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닝의 경제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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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경제학자들이 사물을 분석할 때 흔히 들이대는 잣대가 비용과 편익(이익)이다. 어떤 행동이나 결정을 한 것은 그 결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그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이것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세상사가 부지기수일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현실을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학자들은 무리를 무릅쓰곤 한다.

이번 수능시험에서 적발된 부정행위도 이런 기준으로 보면 어떨까. 부정행위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혹시 적발돼 치를지도 모를 비용보다 크다고 봤기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닐까. 모두 대입을 좌우하는 수능 성적이 곧 인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판이다. 일생일대의 중대 시험인데 감독은 다소 빈틈이 보인다. 그렇다면 부정행위의 기대수익률은 치솟게 된다.

또 이번 부정행위는 여러 경제원리를 따르고 있다. 저마다 자신있는 과목의 시험을 맡아 답을 송신한 것은 비교우위론에 의한 것이다. 송신된 답 중 가장 많이 나온 것을 정답으로 간주한 것을 보면 확률에 대한 이해도 높았던 셈이다. 한꺼번에 100여명이 가담해 효율을 높임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얻기도 했다. 휴대전화를 구입(설비투자)하고 예행연습을 하는 등 연구개발(R&D)에도 제법 공을 들였다. 이처럼 경제원리와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부정행위를 현장 감독관 한두 명이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단순한 경제원리의 관점을 따르자면 부정 방지 대책은 두 방향에서 나올 수 있다. 하나는 부정행위를 할 때 치러야 할 비용을 확 높이는 것이다. 감독관을 늘리고 소지품 검사를 철저히 하며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는 부정한 학생들의 비용뿐 아니라 사회적 관리 비용도 함께 높인다.

다른 하나는 부정행위의 편익을 낮추는 것이다. 대입에서 수능 비중을 크게 낮추고 개별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넘기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부정행위의 기대수익률은 형편없이 낮아진다.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며 부정행위를 할 의욕은 높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개별 대학의 입시에서 부정행위가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전국적인 수능보다는 감독이 한결 수월하다. 대책을 강구 중인 교육당국이 어느 쪽으로 눈을 돌릴지 궁금하다.

남윤호 패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