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생산으로 무역장벽 넘는다] 중소기업은 아직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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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소기업들이 외국의 환경규제 덫에 걸려 고전하고 있다. 최근 코트라.한국무역협회 등 중소업체의 수출을 돕는 공공기관에는 "수출하는 나라의 환경 규제에 걸렸는데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문의가 잦아졌다. 실제로 제품을 선적까지 했는데 바이어가 뒤늦게 환경 유해성을 문제삼아 통관을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코트라 통상전략팀 관계자는 "대외 이미지 추락 때문에 개별 회사 사정을 전해줄 수는 없지만 규모가 작은 업체들의 경우 치명적인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 등은 2006년을 전후해 유해물질이 포함된 제품은 아예 수입을 봉쇄할 움직임이다.

산업자원부 산하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에 따르면 환경 관련 규제 및 지원 정책을 제대로 아는 중소기업은 20%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경제단체들은 중소기업의 청정생산 정보 및 기술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최근 '선진환경규제 정보 네트워크'를 공동 구축했다. EU.미국.일본.중국 등 4대 교역국의 환경규제 동향을 수집해 매달 업계에 전달하고 있다. 또 '선진환경규제 분석평가단'도 만들었다.

정부는 EU의 환경규제 강화로 우리나라 EU권 수출품의 62%(수출총액기준)가 환경규제 적용 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EU는 ▶전기.전자제품폐기지침(WEEE)▶폐차지침(ELV)▶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을 2006년부터 시행할 태세다. 이에 따라 냉장고.자동차.콘덴서 등의 생산원가 부담이 커지게 될 전망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냉장고는 4% 안팎의 재활용비용이 늘어나고 자동차는 한 대당 200달러의 가격상승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콘덴서는 무려 15%의 원가부담이 늘어나 그만큼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의 김형섭 지구환경과장은 "선진국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환경규제에 꾸준히 대비해왔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이로 인한 수출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최근 들어 협력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검사를 엄격히 하는 등 환경규제 장벽을 넘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에코 파트너 인증제도를 도입했고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냉장고 생산라인의 납 처리 과정을 없애 유럽연합(EU)이 정한 6가지 유해물질을 소재로 쓰지 않고 있다.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는 청정기술을 도입하려는 업체들에게 연구지원을 한다. 이를 위해 청정생산 설비투자조합 등을 설립해 조합이 공동으로 설비 투자를 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도 검토중이다. 청정생산지원센터의 이귀호 박사는 "청정생산 라인을 갖추려면 당장 투자부담이 적지 않지만 제품경쟁력을 키우고 생산 원가부담을 덜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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