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한국·미국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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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대북정책이 두번째 의제로 밀려났다."대부분 테러문제에 대해 논의"(鄭泰翼청와대 외교안보수석)했다.

鄭수석은 "남북관계는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앞으로 남북문제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묻고 답변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에게는 테러문제가 초미의 현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북한이 최근 이산가족 상봉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북한의 변화'를 설득할 명분이 약해졌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는 등 한국에 대해 성의를 보였다. 대화에서 어휘 선택에도 조심했다.

그렇지만 미국이 대북정책을 조정한 그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내용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미국이 지난 4월 북한에 제의한 북.미 대화를 재촉구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대화 촉구에는 남북대화,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포함된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부시 대통령의 대북 인식은 지난 3월 북한에 대해 '의구심(skepticism)'을 표시한 때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남북간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미국의 대화 제의에 호응해오지 않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나도 金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대화를 제의했지만 金위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金대통령에게 金위원장의 태도에 대해 들을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부시 대통령의 태도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金대통령을 수행한 한 고위관계자도 "이산가족 상봉이 연기돼 '대북정책은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수준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한국의 대북 정책의 기조는 그대로인 만큼 북한에 태도를 바꾸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이번 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기보다는 북한의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는 고위 관계자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남북관계에서 급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이 태도를 조만간에 바꿀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김진국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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