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면 부자 된다” … 대구 호암 동상 관광명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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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동상의 주인공은 삼성이란 큰 회사를 만든 할아버지예요. 삼성은 휴대전화를 만드는 세계적인 회사지요.”

4일 오후 대구시 북구 칠성2가 오페라하우스 광장. 설명을 듣던 어린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휴대전화를 꺼내 동상을 촬영하는 어린이도 있다. 김성엽(11·초등 5)군은 “할아버지께 우리나라가 부자 되게 해 달라고 빌었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객은 대구시 신암2동 마을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어린이 30명과 이들을 돌보는 어머니 등 42명이었다. 학교 휴업일을 맞아 도심을 돌며 현장학습에 나선 것이다(사진).

삼성 창업주인 고 호암(湖巖) 이병철(1910∼87) 회장의 동상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주부·경제인 등 하루 평균 200여 명이 동상을 찾아 호암의 뜻을 기리고 있다. 특히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이 있을 때는 찾는 이들이 많다. 이정자(66·대구시 범물동)씨는 “이 전 회장의 생전 뜻처럼 국가와 가정 경제가 술술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동상의 발을 만진다. ‘동상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소문 때문이다.

동상은 받침대를 포함해 3.3m 높이의 청동 전신상으로 양복을 입은 호암이 두 팔을 앞으로 벌린 모습이다. 대구지역 경제인들이 호암 탄생 100주년을 하루 앞둔 2월 11일 세운 것이다. 오페라하우스는 삼성이 제일모직 자리에 440억원을 들여 건립한 뒤 2003년 대구시에 기증했다.

호암 동상은 도심 관광코스로도 각광 받고 있다. 대구시설관리공단은 지난달 시작한 ‘시티투어’ 프로그램에 이를 포함시켰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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