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검찰개혁 실행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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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문민정부 출범 초기인 1993년 10월 4일. 당시 김두희(金斗喜)법무부장관과 김도언(金道彦)검찰총장은 '신한국 검찰 원년 선언'이란 검찰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슬롯머신 사건으로 이건개(李健介) 당시 대전고검장이 구속되는 등 검찰 사상 초유의 부패 스캔들로 검찰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센 때였다.

당시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권 행사의 관행 개선, 검찰 조직과 운영과정 개선, 의식과 체질 혁신, 조직 기강 확립 등 4대 방안을 제시하며 '국민의 검찰'이 될 것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8년 후인 지난 12일 법무부는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 비호의혹에 대한 검찰 특별감찰본부의 조사 결과 발표에 맞춰 검사들의 항변권(抗辯權)보장 등을 담은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검찰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방안은 검찰 인사위원회의 권한 강화, 상명하복(上命下服)제도의 개선, 독립성을 가진 특별수사검찰청 신설 등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검찰 관계자들은 "이번 개혁방안이 실천되면 검찰조직의 혁명과 다름없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접한 일반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큰 일이 닥칠 때마다 검찰은 어김없이 새 출발을 다짐했지만 정작 달라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대전 법조비리사건, 옷로비 및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사건 등이 터졌을 때마다 '검찰 개혁방안'이니 '검사윤리강령'이니 하는 것을 내놓았으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말로 개혁을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늘 곤경에 처할 때 이런 저런 개혁방안이 제시됐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만이었다.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했지만 검찰이 정치권력에 휘둘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은 제도를 실행하는 사람이 문제다. 검찰 스스로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 외에 다른 방도는 없다.

그런 검찰 문화를 확산시키는 총장의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그런 리더십을 가진 총장이 임명될 수 있도록 검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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