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존경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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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어떻습니까." "옳은 일이 아니다"고 공자는 대답한다. "모두가 싫어한다면 어떻습니까"라고 다시 묻자 공자는 그것 또한 옳은 일이 아니라면서 덧붙여 말한다.

"착한 사람들이 좋아하고,착하지 않은 사람들이 미워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 나오는 얘기다.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의 호평과 나쁜 사람의 악평을 동시에 듣는 사람이 낫다는 소리다.

우러러 받드는 것이 존경이다.영어로 존경을 뜻하는 리스펙트(respect)는 라틴어 '레스피세레(respicere)'에서 왔다. 문자 그대로 하면 '다시 본다'는 뜻이다. 우리 말로 누구를 다시 보게 된다고 할 때 그 사람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리스펙트의 어원을 들어 에리히 프롬은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상대방 고유의 개성에 눈길을 돌리는 능력이 존경이라고 말한다.

조지 버나드 쇼는 "수치스러워하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욱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수치와 선악을 판별할 줄 아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존경심의 바탕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공자의 견해와 통하는 데가 있다.

공자가 인간이 지향해야 할 이상적 인격체로 강조한 군자(君子)야말로 존경할 수 있는 인간상이다. 『논어』에는 군자로 시작하는 장(章)만 무려 55개나 된다.군자 지망생을 위한 지침서가 『논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자가 말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즉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룰 줄 알면서도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주이불비(周而不比), 즉 두루 사귀되 편당(偏黨)을 짓지 않는 사람이다. '선행기언(先行其言), 곧 번드레한 말보다 묵묵히 행동을 앞세우는 사람이다.

그래서 공자는 강직하고 의연하며 소박하고 말을 아끼는 강의목눌(剛毅木訥)을 군자의 특성으로 꼽았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가운데 한국 청소년들의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가장 낮은 걸로 조사됐다고 한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17개국의 9~17세 청소년 1만여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했더니 한국 청소년의 경우 겨우 17%만이 어른을 존경한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서로 편을 갈라 싸우기 바쁘고, 말만 앞세우는 어른들을 보면서 청소년들이 존경심을 갖는다면 그것이 외려 이상한 일 아닐까.

배명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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