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순·정재승 교수의 과학 릴레이] 노벨상과 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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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과학자들은 대개 몇살 때 노벨상을 수상하며, 업적을 이룩한 뒤 노벨상을 받기까지 대략 몇 년이나 걸릴까.

노벨상을 받는 나이는 시대와 학문 분야에 따라 크게 다르다. 노벨상이 제정된 초기 30년 동안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출현 등으로 현대물리학에 큰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였고, 이때는 30대에 노벨상을 받는 젊은 과학자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노벨상을 수상하는 나이가 점차 늦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분야별로는 물리학상의 경우 비교적 젊은 나이에 수상하고, 화학 및 생리의학상은 다소 늦은 나이에 수상하는 경향이 있다. 연령이 많을수록 오래된 업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는 1915년 X-선 회절 현상을 발견해 25세 때 아버지와 함께 물리학상을 탄 윌리엄 로런스 브래그였다. 그는 자신의 실험을 한 지 2년도 안돼 상을 받았다.

87세로 최고령 수상을 기록한 페이턴 라우스(1966).카를 폰 스리슈(1973)는 각각 악성 종양 발생 바이러스와 동물의 행동연구로 생리의학상을 받았는데, 이들은 자신의 업적을 이룬 지 무려 30~40년이 지난 뒤에야 노벨상을 수상했다.

바버라 맥클린톡은 옥수수에서 유전자의 자리바꿈 현상을 발견해 1983년 81세 때 생리의학상을 받은 여성과학자다. 여성이기 때문에 업적을 무시당했다가 30여년이 지난 뒤에야 받은 것.

노벨 생리의학상은 지난 1백년동안 1백72명에게 수여됐지만 여성은 단 6명 뿐이었다.

분야에 따라 수상 연령에 차이가 나는 모습은 올해도 나타났다. 올해 최연소 수상자는 미국 국립표준연구소에 근무하는 40세의 에릭 코넬이었다. 그는 1996년 루비듐 원자를 포획해 절대온도 10억분의 1도 이하에서 단일한 거대 양자 덩어리처럼 행동하는 새로운 물질을 만든 공로로 물리학상을 받았다.

공동 수상자인 43세의 볼프강 케털레는 불과 4년 전에 이룩한 업적으로 상을 받았다. 1997년 그는 고주파 에너지 펄스를 이용해 포획한 나트륨 원자로 이뤄진 보즈-아인슈타인 응집체로부터 원자를 제어해 빔을 추출하는 원자 레이저를 고안, 고정밀 측정과 나노테크놀러지 분야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반면 올 노벨 화학상 수상자 3인 가운데 한사람인 84세의 윌리엄 놀스는 33년 전에 이룩한 광학 합성 촉매에 관한 업적으로 상을 받았다. 올해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9명의 평균 나이는 물리학상이 40대 중반, 생리의학상이 50대 중반, 화학상은 60대 중반이었다.

임경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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