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LPGA 투어 별게 아니더라고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그들이 돌아왔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의 신인왕 한희원(23.휠라코리아)과 투어 첫승을 기록한 챔피언 박희정(21.채널V코리아).

이들은 올시즌 뛰고 싶은 대회에 마음대로 출전할 수 없는 조건부 출전권자이면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둬 내년 시즌 전경기 출전권을 따냈다.

특히 한선수는 1998년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바 있어 최초로 일본과 미국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로 등록됐다. 박선수는 지난 9월 윌리엄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2004년까지 전경기 출전권을 획득했다.

11일 경기도 태영골프장에서 막을 올린 동양화재컵 SBS 프로골프 최강전에 출전하기 위해 귀국한 두 선수를 만났다.

-한선수는 올해 첫 시즌이었고,박선수는 지난해 전경기 출전권자였다가 조건부 출전권자로 추락했지요.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대회장 이동이 가장 어려워

(한)"대회장을 옮겨다니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일본에서는 투어를 다녀도 5시간 이상 걸리지 않았어요.미국은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차로 10시간 이상 걸려 너무 피곤했어요."

(박)"나 역시 여행이 훈련보다 힘들었지요.지난해에도 뛰었지만 올해에는 월요 예선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계획을 세워 출전하지 못하고 다음 대회 장소로 무조건 이동해야 했거든요."

-LPGA를 겪어본 소감은.

(한)"처음에는 분위기 때문에 어색했습니다. LPGA 투어의 벽도 그렇게 높지만은 않다고 생각해요."

(박)"지난해에는 내내 성적이 기대에 못미쳐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프로의 자세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힘들었습니다. 올해는 마음을 비우고 나니 게임이 잘 풀렸지요.역시 골프는 마음자세가 중요해요."

-월요 예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한)"보통 대회에는 전경기 출전권 선수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남은 자리에 조건부 출전권 선수들이 랭킹에 의해 출전권을 갖습니다. 그리고 남은 두 자리를 놓고 월요일에 예선을 치르지요. 그래서 '먼데이 테스트'라고 해요."

***월요예선 8번 통과는 대단

(박)"월요 예선에는 대략 20~30명의 선수들이 출전합니다. 거기에서 1등 또는 2등을 해야 하죠. 3~4라운드 경기는 실수를 만회할 시간이 있지만 1라운드 경기는 그야말로 실수 하나 때문에 탈락하거든요.한선배가 여덟번이나 먼데이 테스트를 통과한 건 정말 대단한 거예요."

-10개월 정도 미국 전역을 돌면 음식 걱정은 없나요.

(박)"한국 사람인데 왜 없겠어요.부모님과 함께 다니면서 라면.김치 등을 차에 갖고 다녔지요. 미국 각지에 한국식품점이랑 식당이 있어 그런대로 챙겨먹을 수 있어요."

-두 선수는 일본과 호주에서 활약했지요.미국과 다른 점은.

(한)"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해 산악지형이 많은 편입니다. 미국는 평평한 지형이 많다는 특징이 있어요."

(박)"미국은 워낙 넓어서 가는 곳마다 골프장 특성이 달라요.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린도 다 다르죠. 이제는 2년 뛰었기 때문에 대충 특성을 알게 됐습니다."

-박세리나 김미현 선수는 미국에 집이 있는데.

(한)"내년 시즌에는 대회를 골라가며 뛸 수 있기 때문에 집을 구하려고 해요.내년에는 3~4개 대회를 뛰고 한주 쉴 계획입니다."

(박)"지난해에도 미국집을 마련하지 않았어요.특별히 집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선수는 국가대표를 거쳐 일본에서 활약했고 박선수는 호주 국가대표를 거쳐 한국 프로무대에서 활약했지요. 미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 뛰어볼 생각은 없는지.

(한)"일본.미국 말고는 유럽이 있는데 미국이 가장 정상급이니 다른데는 굳이 갈 필요가 없어요.

(박)"맞아요. 호주에 가더라도 LPGA 카드를 보여주면 그린피를 내지 않을 정도로 인정해줘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카드는 소용없더라고요(웃음)."

***내달까지 국내대회에 최선

-내년 시즌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은.

(한)"물론 우승입니다. 일본 신인왕은 정말 잘해서 탔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신인왕은 운이 많이 따라줬어요.11월 중순까지 국내 대회에 출전하고 미국에 돌아갈 예정입니다. 겨울훈련 때는 부치 하먼에게 가볼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으로 팬들께 기쁨을 드릴게요."

(박)"올해 1승을 했으니 내년에는 2승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하고 싶고요. CJ 나인브리지 클래식 대회가 취소됐으니 LPGA투어는 더 뛸 것이 없을 것 같고 남은 국내 대회를 모두 뛰고 호주에 가서 코치 이언 추릭과 훈련한 뒤 1월 중순께 미국으로 갈 계획입니다.왼쪽 손목이 시큰거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성백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