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 산책] 중국과의 소통을 위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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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마저 요상한 2010년 봄날의 중턱인
4월30일과 5월1일 중국과의 소통을 위한
두 행사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4월30일 한양대에서 한중언론교류의 현황과 과제란
주제로 열린 제22차 중국포럼 입니다.
또 하나는 5월1일 서울 정동의 배재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된
한중간 소통과 대화에 관한 학술대회입니다.
두 행사 본인이 모두 참석할 기회가 있었고 그 자리에서 나온
몇 가지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양대 중국포럼엔 6명의 한중 기자가 참석했습니다
한국측에선 소생과 최창근 KBS 해설위원, 지해범 조선일보 중국전문기자
등 모두 베이징 특파원을 역임한 기자들이었습니다.
중국측에선 인민일보의 망지우천, 경제일보의 구진쥔, CRI의 진민궈 등
모두 현재 서울에 주재하는 중국 특파원들입니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날 라운드테이블 성격의 포럼에서
제 관심을 끈 몇 가지 사항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중국 언론의 경우 한국에 보낼 특파원과 관련
그 인력 풀이 부족해 적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인민일보 망지우천 특파원은 20대 후반으로 매우 젊습니다.
그러나 그의 전임자였던 쉬바오캉 선생은 60을 넘겨 은퇴한 상태입니다.
망 특파원은 내년 3월이 되면 한국서의 임기 3년을 채우게 됩니다.
그러나 인민일보 내 한국어 인력이 많지 않아 제 때 특파원 교체가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경제일보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국 언론들은 보통 자사에 2명 정도 한국에 내보낼 수 있는
특파원 인력을 갖고 이들을 교대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정년으로 은퇴하기 전에는
새로운 인력이 보강되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한국에 대한 취재 인력을 크게 확충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화통신사의 경우 불과 2년 전만 해도 부부 특파원 체제에서
현재는 중국에서 파견된 특파원 4명에 한국 현지인력 4명 등 8명이 넘는
취재 인력을 가동하고 있고,
또 4월 초에는 중국중앙텔레비젼 방송(CCTV)도 특파원 2명을
서울에 파견했습니다. 과거 도쿄주재 CCTV 특파원이 서울을 커버하던 것에
비해선 크게 달라진 점이지요.

둘째는 중국 기자들이 한국서 느끼는 열패감이라고나 할까요.
이들에 따르면 한국 언론에 등장하는 중국관련 뉴스의 70%가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의 대중국 인식이 좋을리 없다는 것이었지요.
또 하나는 중국 기자들이 취재하러 가면 취재를 받는 한국인들이
중국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오기를 바라는데 중국 언론의 특성상
그런 한국인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줄 수 없어 참 어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는 한국 최고 지도부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셋째 인터넷 상에서의 한중 비방전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중국에서도 실명제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중국은 아직 유보적 자세라고 합니다.
왜냐, 중국 당국은 현재 부정부패 단속에 열심인데
많은 경우 네티즌들이 올리는 제보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헌데 실명제를 하면 부정부패 신고를 못받을까 걱정하는 것이지요.

한편 5월1일 한중사회과학학회(회장 백권호) 주최로 열린
한중간 소통과 대화에 관한 학술대회 행사중에서는
한동훈 가톨릭대 교수의 발표 요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중국 비즈니스 환경 변화와 한국기업의 비즈니스 방식에 대한
몇 가지 소회'라는 발표가 중국을 상대로 사업하는 분들께는
꽤나 요긴할 것이란 생각에서입니다.

한 교수는 중국 사업을 어떻게 할까와 관련해 크게 다섯 가지를 주장합니다.
첫째는 '지르자'는 것입니다.
중국사업에 대해 요리조리 따지다가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베팅할 때라는게 한 교수의 첫 번째 주장입니다.
둘째는 '오너 비즈니스'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중국 기업 관계자들은 한국 직원 만나기를 꺼린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실컷 주문해 놓고서는 깜깜 무소식이라는 것이지요.
왜냐, 중국에 나와 있는 한국 직원 입장에서는 결정권이 없고
중국 현지 사정도 잘 모르는 본부의 하회를 기다리게 되는데 이런
시스템으론 100% 실패라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세째는 '친구가 된 뒤 사업하는 게 아니라 사업하면서 친구가 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존의 중국사업 관념을 깨는 내용입니다.
과거엔 중국서 사업하려면 먼저 중국 친구를 사귄 뒤 그를 발판으로 사업하는
것인데, 요즘 중국 돌아가는 것 보면 이렇게 시간에 여유있게 투자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지요. 바로 함께 사업 시작하면서 잘 되면 친구가 되는 것이고,
안되면 깨지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네째는 '중국인 고위 임원을 뽑으라' 입니다.
조선족 하급 직원들은 능력 발휘에 한계가 있으며
한족 하급 직원들 또한 중요한 사회적 인맥을 갖지 못합니다.
또 은퇴한 한족 고위 관리 출신 또한 은퇴로 끝이 난다고 합니다.
그렇니까 현재 힘 좀 쓸 수 있는 엘리트 중국인을 임원으로 앉혀
그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 교수는 한국 고위 임원의 중국 파견에 회의적입니다.
다섯째, 중국사업 하는 한국직원에 실탄을 빵빵히 지급해야 한다는 겁니다.
중국사업가 치고 회의실에서 사업논의하는 사람이 없고
다 중요한 일은 고급 식당이나, 함께 운동 등을 하면서 이뤄지는데
그런 일 할 자금도 없이 어떻게 중국사업이라는 전장으로 내모느냐는 것이지요.

중국서 나름대로 오랜 기간 근무하며
중국사업의 일단면을 알고 있는 소생으로선
가슴에 깊이 와 닿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사정을 알아줄 한국의 라오반들이 얼마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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