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장애인 울리는 장애인 전문 여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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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증 장애인이어서 평소 장거리 여행은 엄두도 못냈다. 그러던 중 G여행사에 장애인을 위한 해외여행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장애인 한사람을 가이드 한명이 맡아 화장실까지도 데려다 준다는 것이었다. 일반 여행사보다 훨씬 비쌌지만 큰 마음 먹고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여행 첫날부터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전문 가이드'란 사람들은 휠체어 다루는 법조차 몰랐다. 게다가 장애인 20명에 3명꼴로 가이드가 배치됐다. 예약한 뒤에 몇번이나 1대1 가이드인지 확인했는데 기가 막혔다.

불안한 마음에 여행 온 사람들이 뜻을 모아 가이드에게 정해진 보수의 네배를 지불했다. 조금이라도 잘 돌봐주길 바라서였다.그러나 돌아온 것은 불친절과 횡포였다.

휠체어 앞바퀴의 바람이 빠졌다고 했더니 "바람 안넣어도 되겠네"라며 한마디로 무시했다. 움직일 수 없어 여러번 부탁했지만 가이드는 반나절이 지나서야 바람을 넣어줬다. 휠체어가 장애인의 발이라는 것은 일반인들도 다 아는 사실인데 '장애인 전문 가이드'는 모르는 것일까. 심지어 "따라온 언니더러 밀어달라고 해"라며 보호자인 언니에게 내 휠체어를 맡겼다.

그들은 귀국 길에도 "우리는 장애인 전문 여행사라서 다음달에도 장애인 1백20명이 이용할 예정"이라고 자랑했다. 장애인 전문 여행사가 장애인을 봉으로 보고 이윤을 챙기는 여행사를 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김경아.서울 강북구 미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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