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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입국자 사고 어떻게 일어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코리안 드림'을 안고 밀입국하는 중국동포 등이 해마다 늘고 있는 데다 이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8일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중국인 25명의 질식사.수장 사건은 계속되는 밀입국 시도의 와중에서 빚어진 대형 참사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밀입국 브로커와 선원들은 중국동포와 중국인 등 밀입국 기도자 60명을 공해상에서 8명의 선원이 조업하는 어선에 옮겨 태운 뒤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비좁은 창고에 숨긴 채 항해하다 화를 불렀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환기통도 없는 3평 가량의 비좁은 창고에 밀입국자들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창고는 밖에서 문을 닫도록 돼 있고 외부에 그물을 씌어 위장까지 해 숨쉬기조차 어려워 결국 3시간 만에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고된 참사였던 것이다.

올해 중국동포의 밀입국자 수는 이번 사건까지 합쳐 16건 8백84명이다.

1994년 95명에서 지난해엔 1천5백44명으로 16배나 늘었다. 그러나 당국의 대처는 안이한 수준이다.

지난 7월 초 발생한 탈북자를 포함한 중국동포 1백8명의 충남 보령시 서해안 밀입국 사건의 경우 당국은 모든 밀입국자가 목적지로 이동한 하루 뒤에야 수사에 나설 정도로 해상경비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1월 28일에는 밀입국을 시도하던 중국동포 등 78명이 제주~목포 카페리호 화물칸에 타고 목포항으로 들어오다 한명이 질식사한 적도 있다.

이는 장비와 인원에 비해 워낙 경비해역이 넓은데다 밀입국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밀입국자들은 한번에 60~1백명씩 중국 어선에 타고 공해에 이른 뒤 한국 어선에 바꿔 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화물선을 타고 숨어 들어오는 경우에는 보통 20명씩 이동한다. 밀입국 출발지는 대부분 지린(吉林).랴오닝(遼寧).헤이룽장(黑龍江) 등 동북 3성(省)이지만 최근에는 중국 상하이(上海).저장(浙江)성 등으로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브로커들이 밀입국을 원하는 중국동포 등에게서 1인당 7백만~1천만원 가량을 받을 정도로 고수익(?)이 보장돼 너도나도 뛰어드는데다 해상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접선하는 등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어 단속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밀입국담당 백재연 경위는 "오는 17일 우리나라에서 한.중 밀입국방지회의를 준비 중"이라며 "해안 감시 강화를 위한 인력.장비 확충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영유.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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