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앞둔 여야 무차별 폭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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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를 계기로 점화된 여야간의 권력형 비리 공방이 무책임한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는 6일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각각 "대정부질문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겠다" 면서 상대당의 비리를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조폭(組暴)정권의 실상을 밝힐 또 다른 권력형 비리가 준비돼 있다" 고 예고했고, 민주당도 "벤처기업들이 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제보가 있다" 며 맞불을 놨다. 10일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은 여야간 진흙탕 싸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 "이젠 실명을 밝히겠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총무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된 여권 실세들을 실명으로 거론하겠다" 고 밝혔다.

또 "이밖에 권력형 비리 의혹이 있는 제2, 제3의 이용호 사건에 대해서도 소문과 제보를 분명히 가려 공개하겠다" 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李총무는 "야당이 말만 하면 정치공세라고 하는데 수사권이 없는 야당이 의혹을 제기했으면 여당이 진실을 밝히는 게 책무 아니냐" 며 "야당에 의혹의 근거를 밝히라는 것은 정부 여당의 직무유기며 국민에 대한 역정치공세" 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권력형 금융비리 특위(위원장 鄭亨根의원)에서 이용호 게이트와 유사한 사건에 대한 제보를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 특위 위원은 "이용호 사건의 축소판이자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비리가 공개될 수 있다" 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야당의 공세는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한 의혹들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다 새로운 사실도 드러난 게 없는 상황에서 정국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무차별 폭로전술이란 지적도 받고 있다.

◇ "야당 핵심이 연관돼 있지 않겠나"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총무는 이날 이례적으로 야당 관련 의혹에 대한 폭로를 예고했다.

李총무는 "코스닥에 등록해 주가 상승으로 상당한 이익을 본 일부 벤처기업들이 야당에 상당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제보가 있어 이를 확인 중에 있다" 고 말했다. 그는 "한두군데가 아니라 여러 기업이며, 야당 핵심 인사가 연관됐을 수 있다" 며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확인되면 문제 삼겠다" 고 덧붙였다.

또 "노량진 수산시장건이나 박순석(朴順石)회장과 구여(舊與)의 커넥션에 관해서도 대정부질문에서 새로운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 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李총무는 "국감 때 여당이 수세적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공세적으로 가겠고, 야당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보충질문으로 되받아치겠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벤처기업에서 우리당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 며 "여당 총무까지 나서 권력형 비리 의혹의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고 반박했다.

◇ "나라만 혼란에 빠져" 〓나라정책연구원 김광동(金光東)원장은 "야당은 각종 의혹을 부풀려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여당은 맞불 차원의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며 "근거 없는 폭로는 나라만 혼란에 빠뜨릴 뿐" 이라고 지적했다.

이수호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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