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프간 포위망 구축 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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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우즈베키스탄 공군기지 사용과 특수부대 주둔 허용이라는 선물을 얻은 뒤 귀국함으로써 미국이 '불굴의 자유' 작전을 위해 펼쳐온 외교.군사적 포위망 구축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 외교적 성과〓부시 행정부는 테러 발생 이후 중동 이슬람 국가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외교전을 펼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 탈레반 정권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 를 제시할 것을 요구해 왔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은 지난주 미국이 동맹국들에 요구한 8개 전쟁지원 항목들을 승인, 미국에 대한 지원의지를 확고히 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이스라엘측의 반발을 예상하면서까지 아랍권에 유화외교를 펼쳤다. 팔레스타인 국가창설을 지지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방침도 제시했다.

이같은 외교적 노력에 대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탈레반 정권의 눈치를 보던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5일 미군 수송기와 헬기.수색 및 구조임무를 위해 공군기지 한곳을 제공키로 한 것.

파키스탄 정부는 군사기지와 전쟁 관련 정보를 제공키로 했으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미국에 협력할 용의가 있음을 천명해 이슬람 국가들에 공조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아프가니스탄의 한쪽을 에워싸고 있는 국가들의 도움을 얻어낸 것은 군사작전 실천에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세부 군사작전도 마무리〓나토는 이번 군사작전에 대한 동맹국들의 구체적인 지원규모를 결정했다. 이번 대 테러전이 2년 전 나토의 유고 공습과 다른 점은 군사작전 입안과 실행 등에 나토의 지휘계통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

미국과 영국이 전투병력을 투입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데 비해 독일과 프랑스 등 기타 동맹국들은 후방지원을 맡는다는 것 역시 차이점이다.

독일은 전쟁 관련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고, 군사기지를 제공키로 했으며, 프랑스와 스페인 역시 함대와 군사기지 제공.영공 개방을 약속했다.

각국의 군사지원 체계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5일 미군 정예병력 1천여명을 아프가니스탄 인근 우즈베키스탄으로 파병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인접국 영토에 대규모 지상군 병력을 배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개전 시기는 언제〓이처럼 외교.군사 포위망이 구성됐음에도 작전개시 시기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 행정부가 외교에 주력하며 늦춰온 개전 시점을 이제 제시할 때" 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럼즈펠드 장관의 귀국에 따라 본격적으로 이를 논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도 "참가국의 수와 지원규모 등을 결정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이라고 보도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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