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단 탈락 비관 8순 실향민 투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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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80대 실향민이 10여년 동안 북의 가족들과의 상봉을 여러차례 신청했으나 번번이 탈락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일 오전 9시20분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망배단(望拜壇) 옆 자유의 다리 아래쪽 통일연못에서 정인국(鄭仁國.82.사진.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鄭씨의 지갑에서는 지난해 6월 19일 작성한 '이산가족찾기 및 북한주민접촉 신청서' 가 발견됐다. 경찰조사 결과 鄭씨는 4일 오후 자유의 다리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들에 따르면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鄭씨는 추석을 맞아 지난 3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오두산 통일전망대 망배단에서 북쪽을 향해 절을 올린 다음날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다.

아들 철규(哲奎.50.농업)씨는 "아버지가 10여년 전부터 일곱차례에 걸쳐 이산가족상봉 및 생사확인신청서를 적십자사에 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특히 지난해 이후 잇따라 네차례나 상봉단에 끼지 못하자 크게 낙담했었다" 면서 울먹였다.

鄭씨는 1948년 장남(61)을 부모에게 맡겨 놓고 부인(78).둘째아들(56)과 함께 월남한 뒤 50여년 동안 북의 가족을 그리워했었다. 鄭씨의 가족들은 "무슨 이유로 상봉단에서 잇따라 제외됐는지는 모르겠지만 80세 이상된 실향민들에겐 우선적으로 상봉 기회를 줬으면 이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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