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군수 행각 어떻기에 … 주민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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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종기 충남 당진군수(오른쪽)가 지난달28일 밤 서울에서 검거돼 대전지검 서산지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검찰은 민 군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존경받는 CEO대상 수상’ ‘여당만 좇는 해바라기성 단체장’ ‘규정을 무시한 업무 추진으로 벌금형’ ‘수년간 사귄 내연녀 통해 비자금관리’.

위조 여권을 들고 해외로 도피하려다 붙잡혀 30일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공문서 위조 혐의)이 청구된 민종기(59) 당진군수 얘기다. 민 군수는 지난달 23일 감사원 감찰에서 별장을 뇌물로 받고 1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발표되자 위조 여권을 들고 출국하려다 인천공항에서 적발됐다. 이후 그는 5일 동안 수도권의 모텔 등에서 숨어지낸 것으로 밝혀졌다.

민 군수는 재임 6년 동안 법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면 무엇이든 했다.

검찰에 따르면 민 군수는 지역 건설업자인 손모(56)씨의 여권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여권을 위조했다. 대전지검 서산지청 권순철 부장검사는 “비자금 10억여원을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진 내연녀 오모(45)씨를 3월 말께 중국 칭다오(靑島)로 도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민 군수는 재임기간 동안 군청 직원이나 주민들로부터 ‘불도저형’ ‘규정을 무시하는 행정가’ 등으로 불렸다. 당진군청 직원 A씨는 “업무추진 과정에서 직원이 규정에 저촉된다고 보고하면 ‘규정이 별거냐’며 불호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2008년 ‘위장전입’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4년 6월 보궐선거로 처음 당선된 그는 2005년부터 시 승격(인구 15만 명) 추진을 명분으로 군청 직원들에게 위장전입을 지시했다. 2008년까지 3년간 문예의 전당, 새마을회관 등 사람이 살 수 없는 건물에 1만여 명을 위장 전입시켰다. 이 때문에 그는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2006년 당진에서 열린 도민체전 비용 2억1000만원을 관내 기업 3개로부터 불법으로 모았다가 또 한 차례 벌금형(500만원)을 받았다.

군 예산을 들여 상을 받기도 했다. 민 군수는 2008년 11월 한 시사경제지로부터 ‘2008 한국의 존경받는 CEO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당진군을 비롯해 전국 20여 개의 자치단체의 장들이 이 상을 받았다. 이후 “자치단체마다 수백만원씩 돈을 주고 상을 받았다”는 구설수에 시달렸다. 그는 또 2007년 또 다른 시사주간지로부터 ‘올해의 인물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여당만 찾아다니는 철새 정치인으로도 유명했다. 2004년 보궐선거 당시에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현 정권이 들어서자 통합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이 됐다. 하지만 1월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민 군수의 여성 스캔들도 비난의 대상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중국으로 달아난 오씨 이외에도 제2의 내연녀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오씨는 2005년부터 민 군수와 내연의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간호사 출신으로 당진군 산하 보건지소에 근무하다 군수와 내연관계라는 소문이 퍼지자 2006년 사직했다.

당진군청 직원들과 주민들은 민 군수의 일련의 행각이 밝혀지자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당진군청 A과장은 “지역 주민 14만 명을 대표하는 군수가 곤경에 처하자 나 몰라라 도망치는 모습을 보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당진군청 앞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근 민 군수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전국에 알려진 뒤로 당진 주민인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당진군 사이트는 군수에 대한 항의와 비난의 글이 폭주하는 바람에 마비되기도 했다. 당진군청에는 하루에도 30여 명의 주민이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민 군수는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5급 사무관으로 특채돼 충남도 지역경제국장, 논산·천안시 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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