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견없이 후보기탁금 1,500만원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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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공직선거법)을 통과시킨 정치권에 따가운 눈총이 쏠리고 있다.

이날 개정된 것은 단 두 조항. 지난 7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국회의원 후보자의 기탁금을 현행 2천만원에서 1천5백만원으로, 유효투표 총수의 20%를 얻으면 기탁금을 돌려주던 것을 15%로 내리기로 한 것이다.

당장 시민단체에선 "헌재의 결정 취지를 무시한 제 밥그릇 챙기기" 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기탁금 1천만원.유효투표 5%라는 개정 의견을 냈던 선관위도 탐탁지 않아 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총무는 "후보 난립을 막으려면 어느 정도 장벽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총무도 "여야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고 잘랐다. 다만 민주당 정개특위장인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은 "어떻게 합의했는지 꺼림칙하다" 고 말했고, 한나라당의 중진의원도 "정치권이 또 잇속만 챙겼다는 말을 듣게 됐다" 고 토로했다.

◇ 어떻게 합의했나=여야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은 9월 초. 한나라당 총재단 회의(9월 3일)가 1천5백만원.10% 안을 확정했다. 6, 7일 열린 여야 총무협상.행자위 간사협의에선 민주당도 선뜻 동조했다. 이후 협상 과정에서 기탁금 반환 요건은 오히려 5%나 올렸다.

민주당은 지난 7월 5백만~1천만원, 10% 안을 마련했었다. 합의안은 이용호 게이트로 시끄럽던 20일 행자위에서 "재.보선을 위해 10월 8일 이전에 통과시켜야 한다" 는 이유로 가결됐다. 24일 법사위와 이달 4일 본회의에서도 일사천리였다.

◇ 헌재 결정 내용=헌법재판소는 2천만원이 일반 국민에게는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반환 요건도 부당한 제재라고 보았다. 정치권이 우려한 후보 난립에 대해서도 헌재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면 유권자 3백인 이상 5백인 이하의 추천이 필요한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헌재 결정문이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더라도 기탁금은 사실상 폐지하거나 소액으로 줄이고, 반환 요건도 거의 없애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될 것으로 관측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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