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반한 한국 <3> 프로배구 선수 가빈의 서울 명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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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빈이 공격을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프로배구 공격 기록을 죄다 갈아치웠다.[중앙포토]

한국 배구 V리그 2009~2010 시즌을 대표하는 한 명의 스타는 단연 가빈 슈미트(24)다. 그는 한국 프로배구의 온갖 기록을 갈아치우며 올 시즌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의 배구 코트를 뒤흔든 캐나다 청년이 처음으로 한국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가빈이 자신있게 추천한 ‘나만의 명소’는 서울 명동 거리. 그는 짬이 날 때마다 명동에 간다고 귀띔했다.

나는 운동선수 신분으로 한국에 왔다. 정확히 말해서 삼성화재 블루팡스 소속의 프로배구 선수다. 프로배구계에 입문한 뒤로 나는 수많은 도시와 나라를 옮겨다니며 운동을 해왔다. 당연히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었고, 여행할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도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 나서거나 탐구하는 일은 꽤 제한적이었던 것 같다. 외국 생활의 대부분을 호텔과 체육관 그리고 훈련장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여기 한국에서의 생활도 별 차이가 없었다. 호텔이나 체육관이 내 한국 생활의 거의 전부였다. 경기가 없어도 체육관에서 몸을 만들거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도 여유가 생기면 나는 서울 명동 거리로 나갔다. 거기에서 아무 상점이나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처음 명동을 방문했던 건, 경남 창원 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던 친구 2명이 서울에 놀러왔을 때다. 한국 관광 관련 웹 사이트에서 명동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접해왔던 터라, 오래 전부터 명동은 꼭 가보고 싶었다. 친구 덕분에 명동을 처음 가봤고 거기서 나는 쇼핑하고 맛있는 것 먹고 흥미로운 노점상을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뒤로 명동은 나에게 특별한 곳이 됐다.

프로배구 선수 가빈은 서울 명동을 좋아한다. 없는 게 없어 좋단다. [중앙포토]

명동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볼거리도 많고 즐길 거리도 몰려 있다. 처음 가본 사람은 어쩌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끌벅적한 모습이 명동의 매력이다. 내가 아는 명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사람이 많다=엄청난 인파가 몰려든다. 어떤 무언가가 이 좁은 공간에 사람들을 몰아넣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전해 새로운 경험이다.

②없는 것이 없다=거리는 각양각색의 상품과 옷, 전자제품과 화장품 등으로 넘쳐난다. 명동 한복판에는 수많은 노점상이 줄지어 있다. 명동에서 내가 온종일 하는 일이 이렇게 많은 상품을 둘러보는 일이다.

③음식 왕국이다=명동에서 하루를 꼬박 보낸다고 해도 이 많은 레스토랑과 카페를 모두 둘러볼 수는 없다. 기분과 상관없이 잠깐 들러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프렌차이즈 카페도 자주 눈에 띈다.

④쇼핑 천국이다=노점상과 흥정하는 게 익숙하지 않거나 상점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게 귀찮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명동에 있는 백화점을 추천한다. 꼭 쇼핑 생각이 없어도 좋다.

그러나 명동의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명동은 서울의 다른 명소와 가까이에 있다. 나는 뛰어난 접근성이 명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파티를 위해 이태원을 갈 때도, 분위기 있는 식사를 기대하고 홍익대 근처로 옮길 때도, 서울 야경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남산타워를 오를 때도 명동은 늘 편한 곳에 있다.

나는 시간이 있을 때면 명동을 찾는다. 명동은 언제나 좋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정리=손민호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 위원회 공동 기획

가빈 슈미트

1986년 캐나다 출생. 신장 2m7cm, 몸무게 98kg. 캐나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9~2010 시즌 삼성화재 소속으로 한국 리그에 참가했다. 한국에서 뛴 첫 시즌 가빈은 득점·공격·서브 1위를 차지했으며,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정규 시즌 득점 1000점(1110점)을 돌파했다.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도 독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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