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못 따라가는 정부 정책 따져봐야…아이패드 혼선, 낡은 규제가 낳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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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과거엔 정부가 앞장서고 민간이 따라오는 식이었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민간을 따라가는 것도 완벽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창립 25주년을 맞아 방석호(사진) 원장은 29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간의 기술력이 급속히 발전하는 가운데 정부 정책의 유효성을 따져볼 때가 됐다.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십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의 태플릿PC 아이패드 수입을 둘러싼 최근 혼선에 대해 “한국이 일본식 규제를 그대로 도입해 쓰다 보니 이런 문제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발언 내용 요약. 규제가 많으면 산업이 죽는다. 규제는 그 목적이 사라져도 남는다. 한번 만들면 없애기 힘들다. 일본 산업에 창조성이 부족한 것은 지나친 규제 때문이었다.

근래 논란이 불거진 정보기술(IT) 총괄부처 부활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부처를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착시 현상’이 우려된다. 방송통신위원회 탄생에 4년이 걸렸다. 광범위한 해외 사례 연구와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문제가 있다고 부처를 만드는 것보다 진짜 부족한 게 뭔지 하나하나 따져보고 보완 방법을 고민하는 게 먼저다.

IT 강국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은 세계 최고 인력과 인프라로 더 잘할 수 있지 않느냐는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로 이해한다. 우물 안 개구리 식 자화자찬에서 벗어나야 객관적이고 치밀한 정책 구상이 가능하다.

애플이나 구글의 성공을 보는 눈도 차분해야 한다. 외국에서 성공한 사업이나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독창적 모델 하나가 오래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독창적 사업이 나올 수 있는 토양과 밑거름을 조성해야 한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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