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추쥔, 많이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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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준결승전 1국>
○·이창호 9단 ●·추쥔 8단

제 10 보

제10보(84~100)=흑▲와 같은 돌파를 당할 때 프로는 진짜 살가죽이 찢어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 이창호 9단의 지금 심정은 어떨까. 눈 내리는 겨울인데 그의 이마엔 땀방울이 보인다. 속이 유난히 뜨거운 이창호는 대국 때 찬 물수건을 달고 산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창호는 지금 몹시 더운 눈치다.

84부터 89까지는 외길이다. 그야말로 수박이 갈라지듯 쭉 뚫려버렸다. 좌상 백집보다 상변 흑집이 더 커 보인다. 구경꾼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이창호와 추쥔은 명성만 생각한다면 상대가 안 되는 조합이다. 천하의 이창호가 추쥔 정도에게 이처럼 당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상황을 외면하고 싶은 게 구경꾼의 솔직한 심정이다.

“바둑이 불리해졌나” 하고 조용히 물어본다. 박영훈 9단은 “원래 좋았기 때문에 당하긴 했지만 아직은 긴 승부”라고 대답한다. 상변에서 바둑이 이상해졌지만 우하 귀도 아직 패 맛이 있고 해서 흑진을 잘 삭감하면 아직 승산이 있다고 한다.

참고도

94로 젖혔을 때 ‘참고도’ 정도로도 흑이 좋다고 느꼈는데 추쥔 8단은 99로 강력하게 젖혀버렸다. 100으로 끊는 맥이 훤히 보이는데도 개의치 않고 최강으로 나왔다. 기세가 있다. 추쥔은 확실히 많이 달라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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