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테러동맹국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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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There is no free lunch)."

세계 각국이 '테러와의 전쟁' 이라는 명분을 들어 미국에 협조를 약속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모두 '비싼 가격표' 가 붙어 있어 미국이 나중에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6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신문은 러시아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에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필수적인 기지를 제공하도록 설득하고 자국 영공까지 개방하는 등 사실상 뒷마당을 미군의 작전공간으로 내줬다.

하지만 신문은 러시아가 그 대가로 체첸 이슬람 반군에 대한 자국의 공격을 비난하지 말 것을 미국에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에 미사일방어(MD)계획 추진을 연기하거나 완화할 것을 보다 강력히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중국도 협력의 대가로 티베트 독립운동 탄압에 대해 미국이 입을 다물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전초기지가 될 파키스탄은 경제원조에 대한 기대가 크다. 파키스탄은 이미 경제제재 해제와 부채탕감 약속 등을 받았지만 보다 큰 경제원조를 얻기 위해 마지막까지 미국과 승강이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카슈미르를 둘러싼 인도와의 영토분쟁에서 자국편을 들어줄 것을 미국측에 요구하고 있다.

온건파 아랍국가들도 협력의 대가로 국내문제에 압력을 넣지 말고,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에 응하도록 압력을 넣어줄 것을 미국측에 기대하고 있다. 명분이 아무리 고귀해도 실리가 없으면 국제사회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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