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권값 폭락 ‘무풍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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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주택경기 침체로 분양가를 밑도는 분양권이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억대의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된 곳도 있다.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와 서울 중심부의 재개발단지에 짓고 있는 아파트들이다. 개발 재료가 잘 먹혀 투자자가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거나, 실수요층이 탄탄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사장은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송도나 사업 속도가 빨라지고 도심 접근이 좋은 서울 뉴타운·재개발 지역은 안정적인 수요층이 있어 분양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층 탄탄한 곳이 강세= 29일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거래되는 분양권 가운데 1억원이 넘는 웃돈이 붙은 곳은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과 서울 도심 재개발 단지에 몰려 있다.

특히 송도의 더샾센트럴파크2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권 웃돈은 전국에서 가장 높게 형성돼 있다. 펜트하우스인 공급 면적 기준 393㎡형과 거래가 가장 활발한 199㎡형은 각각 2억6000만원, 1억3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 있다. 더샾하버뷰, 자이하버뷰 단지에도 1억원 이상 웃돈이 붙은 아파트가 많다. 송도동 소망공인 김미경 사장은 “송도는 아파트 공급도 많지만 대학과 기업·연구소 이전에 따른 유입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인구는 올 3월 말 현재 3만6830명으로 1년 만에 88%나 늘었다(연수구청 조사).

서울에선 도심 접근성이 좋은 뉴타운·재개발 구역이 유일하게 높은 시세를 유지한다. 중구 신당동 신당e편한세상, 금호동2가 금호래미안2차, 강북구 미아동 미아뉴타운 송천센트레빌, 흑석동 흑석뉴타운센트레빌 등에는 크기별로 5000만~1억3000만원의 웃돈이 붙은 주택형이 많다. 신당동 골드공인 강태용 사장은 “도심에 새 아파트가 별로 없어 희소성이 부각되는 데다, 도심에 직장을 둔 맞벌이 부부 등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이 대형 앞질러=집 크기로 따지면 전용 85㎡형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가 분양권 시장을 선도하는 상품이 됐다. 종전에는 대형 아파트 분양권 웃돈이 중소형보다 훨씬 비쌌으나 지금은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내년 1월 입주하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센트레빌 전용 84㎡형 분양권에는 1억300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지만 114㎡형은 7200만원 수준이다. 중소형은 웃돈이 붙었으나 대형은 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가보다 값이 떨어진 것)을 보이는 곳도 많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1가 리첸시아용산 전용 84㎡형은 8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다. 하지만 122㎡형은 분양가보다 9000만원이나 싼 값에 매물로 나왔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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