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유창혁-고노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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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유창혁, 日 신진고수와 만나다

제1보 (1~24)=유성(儒城)의 깊숙한 연수원에서 지난해 우승자 유창혁9단은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이곳의 한적한 분위기에서 심신을 다지며 또한번의 세계대회 우승을 엿보고 있었다.

본선32강전에서 劉9단의 상대로 결정된 고노린(河野臨)6단은 불과 20세의 일본 청년. 일본기원 관계자에게 누가 일본의 가장 유망한 신진고수인가 물었더니 그는 망설임 없이 '고노린6단' 이라고 대답했다.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7단이나 다카오 신지(高尾紳路)7단도 유명하지만 나이를 감안할 때 고노린 쪽이 더 풍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얘기였다. 이번 예선전에서도 한국과 중국의 강자들을 연파하고 당당 본선에 진입했다.

돌을 가려 고노린의 黑. 그는 흑1의 소목에 이어 3의 향소목을 들고 나왔고(실리에 민감한 포진이다)劉9단도 잠시 생각하더니 4의 삼삼을 차지해 실리를 중시했다.

이 판을 유심히 살피면 백은 흑9의 협공에 고심했던 흔적이 있고(10은 일단 옹색한 모습에 틀림없다)흑은 24의 침공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벌어진 유창혁과 이창호의 명인전 도전기에서는 '참고도' 처럼 진행됐다. 비슷한 포진에서 흑의 李9단은 좌상 흑1의 좁은 벌림을, 劉9단은 우상에서 백2, 4의 유연함을 선택했던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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