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회장 '큰건' 터질까 격리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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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골프장 그룹' 으로 알려진 신안그룹의 박순석(朴順石.60)회장에 대한 수사를 둘러싸고 이용호 게이트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과연 혐의가 도박뿐이냐는 의혹이 계속 일고 있다.

수원지검 이훈규(李勳圭)차장은 26일 "朴씨 구속은 골프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기획 수사" 라며 "상습도박 관련자들에 대한 보강 수사를 끝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 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권력 실세와의 갈등에 따른 모종의 사건을 염두에 둔 사전 차단책이 아니냐는 등의 추측이 무성하다.

우선 검찰이 朴씨를 두달간 내사했으면서도 도박혐의만 단순 적용한 점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2개월여 동안 수사해온 점에 비춰 당초 수사 목표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朴씨가 계속 '말썽' 을 일으킨다는 첩보를 입수한 검찰이 더 큰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격리 차원' 에서 구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朴씨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관악CC.리베라호텔 등 굵직한 사업장을 인수하는 등 급성장한 점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이용호씨와 비슷하게 폭발력이 있는 인물로 진작부터 주목받아왔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고향 이름을 그룹 이름으로 삼을 만큼 출신지를 내세운 朴씨가 평소 향토 출신의 정.재계 관계자들 친분이 있다는 말을 하는 등 실세들의 비호를 받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것이다.

朴씨와 도박골프를 친 피의자들이 검찰에서 "설마 朴회장과 골프를 치는데 문제가 되겠느냐는 생각에서 도박을 즐겼다" 고 진술한 것도 朴씨의 '배경 거론설' 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朴씨는 연행과정에서 수사관들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 며 위세를 부리는 등 저항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리베라CC 전신인 관악CC 인수와 관련, '관악CC를 사랑하는 모임' (관사모)의 청탁 수사설도 나돈다.

朴씨가 대농으로부터 리베라CC를 인수한 뒤 특별회원 모집 공고를 내고 이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사후에 대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기존 회원들이 반발하는 등 마찰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한편 야당에서도 검찰이 朴씨를 도박 혐의로 구속한데 대해 '이용호 게이트' 의 몸통을 덮기 위한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등 정치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朴씨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물의를 빚었고 권력 핵심과도 깊이 연계돼 있어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수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며 "이용호 게이트에 이어 새로운 의혹이 터지면 정권의 명운에 결정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절박성 때문에 서둘러 덮기에 나선 것 아니냐" 고 덧붙였다.

수원=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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