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옥석 파워' 얼마나 세길래…우체국돈 8천억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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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G&G그룹 이용호 회장의 경찰쪽 로비창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허옥석(42.구속)씨가 최근 3년간 투신증권사에 계약직 등으로 관계를 맺고 최고 1조원 가까운 정보통신부 자금을 유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성과로 그는 월 1억원의 성과급까지 받는 등 상당한 수완을 가진 인물로 대접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금융계 등에서는 그의 자금 유치력 뒤에 막강한 배경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許씨는 李씨의 보물선 인양 사업과 관련해서도, 李씨로부터 수익의 10%를 받기로 계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이용호씨의 주가조작설 유포자들에 대한 수사 부탁을 한 것으로 드러난 사촌형 허남석(서울경찰청 정보1과장)총경에게 지난 2월 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휴대폰을 제공한 것으로 경찰청 감찰조사 결과 26일 드러났다.

◇ 우체국 예치금 유치 수완=許씨는 1998년 11월부터 D사의 계약직 등으로 일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현재 G&G 계열사의 비등재 간부직도 맡고 있다.

D사 관계자는 26일 "許씨가 계약직으로 입사한 이후 수천억원대의 정통부 우체국 자금을 끌어와 한때 성과급으로 연간 10억원 가까운 소득을 올렸다" 고 전했다.

유치 액수의 0.03% 정도를 성과급으로 받아 한때 월 1억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는 "許씨가 유치해온 정통부 자금은 한때 1조원에 육박했으며 이중 8천8백억원 정도가 아직 남아 있다" 면서 "이중 일부는 주식형으로, 일부는 채권형으로 운용 중" 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성과급도 월 5천만~6천만원선으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許씨의 자금 유치 규모가 여의도 증권가 전체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었다" 며 "특히 금융사들의 유치 경쟁이 치열한 정통부 우체국 예금을 대량 유치하는 수완을 보여 그에게 '상당한 배경이 있다' 는 설도 따라다녔다" 고 말했다.

許씨는 지난해 5월부터 D사가 서울 강남 지역에 마련해준 '특수법인부' 라는 이름의 별도 사무실에서 직원 두명을 데리고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D사는 李씨 사건이 터지면서 최근 許씨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정통부 관계자는 "許씨가 기금운용자이기 때문에 수시로 만나기는 했지만 기금 예치는 許씨 개인이 아니라 회사를 보고 한 것일 뿐" 이라며 이와 관련한 許씨의 배경이나 압력에 대해 부인했다.

◇ 보물 발굴 수익 10% 받기로=許씨는 삼애인더스가 추진하는 보물 발굴 사업의 수익금 중 10%를 배분받는 것으로 지난 2월 G&G측과 '매장물 발굴 협정서' 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삼애측의 해양사업 등과 관련해 지출된 '특수사업부 경비' 중 1억원을 계약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사실도 G&G측 회계장부를 통해 확인됐다.

강주안.김창규.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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